<올림픽> 학구파 집안의 ‘문제아’에서 ‘스노보드 황제’로

<올림픽> 학구파 집안의 ‘문제아’에서 ‘스노보드 황제’로

입력 2014-02-13 00:00
수정 2016-08-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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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3연패 막은 포드라드치코프

비록 ‘미운 오리새끼’였지만 막상 올림픽 시상대 맨 위에 서자 그의 부모도 결국 활짝 웃을 수밖에 없었다.

1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쿠토르 익스트림파크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황제’ 숀 화이트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건 유리 포드라드치코프(26·스위스)는 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문제아’였다.

그의 아버지는 100차례 넘게 인용된 논문을 쓴 이름난 지구물리학자이고 어머니는 수학 박사다.

마찬가지로 학자의 길을 걷는 형은 지난해 아버지와 함께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상을 받았다.

차분한 성격의 다른 가족들과 반대로 어릴 적부터 머리보다는 가슴이 따르는 대로 행동한 포드라드치코프는 돌연변이 취급을 받았다.

부모를 따라 3살에 러시아에서 스위스로 이주한 포드라드치코프는 10대가 되자 ‘활달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스케이트보드와 스노보드에 맛을 들였다.

16살에 전업 스노보더가 됐고 불과 2년 뒤 2006년 토리노 대회에 러시아 대표로 출전할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지만 부모는 “스포츠는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타박만 했다.

당시 토리노에서 차로 불과 4시간 떨어진 취리히에 살던 부모는 아들을 응원하러 오지도 않았다.

포드라드치코프는 언론과의 각종 인터뷰에서 “대회 성적이 좋아질수록 ‘쓰레기같은 짓은 그만 두라’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늘어나고 있다”며 짙은 아쉬움을 드러내곤 했다.

특유의 자유분방한 성격에서 나오는 갖가지 ‘기행’도 그의 부모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포드라드치코프는 2011년 주유소에서 벌거벗고 기름을 넣는 사진으로 스위스 잡지와 타블로이드 신문 1면을 ‘도배’한 적이 있다.

그는 “뒷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옷을 입기가 귀찮았다”면서 오히려 상황을 즐겼다.

평생 그의 ‘록스타’ 같은 삶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던 부모도 아들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자 따뜻하게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화이트가 중압감을 못이기고 1차 시기에서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거나 엉덩방아를 찧는 등 부진한 사이 포드라드치코프는 두 번째 라이딩에서 신기술인 ‘더블 콕(double cork) 1440’을 매끄럽게 성공시키며 1위를 확정지었다.

포드라드치코프가 시상대에서 내려오자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가와 끌어안았고 그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신기술에 그가 붙인 별명인 ‘욜로 플립(YOLO flip)’은 ‘인생은 한번 뿐(You Only Live Once)’이라는 뜻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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