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새달 26일 공개변론… ‘유책주의’ 판례 50년만에 바뀌나 관심
바람을 피운 배우자가 잘못이 없는 다른 배우자에게 먼저 이혼을 요구할 수 있을까.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권을 둘러싼 전원합의체 사건의 공개변론이 다음달 26일 대법원에서 열린다. 현재의 대법원 판례로는 유책 배우자가 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이번 재판을 통해 판례가 바뀐다면 결혼과 이혼을 둘러싼 국민 생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1976년 B씨와 결혼한 A씨는 1998년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혼외자를 낳고 이 여성과 동거를 했다.
A씨는 2011년 B씨에 대해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A씨에게 이혼 청구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민법 840조는 배우자가 부정한 행위를 했거나 악의로 상대방을 돌보지 않을 때, 배우자나 배우자의 직계존속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등 6가지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1965년부터 ‘유책주의’를 확고하게 유지해 왔다. 파탄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하고 가정 해체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법원이 혼인 관계의 지속을 강제하는 건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이혼 소송 과정에서 부부간 분쟁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대법원은 결혼 생활을 유지할 의사가 없는데도 일부러 고통을 주기 위해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이혼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혼인 관계가 깨졌을 때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지 않고 이혼을 인정하는 ‘파탄주의’를 택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화숙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5-05-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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