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홍준표 치열한 수싸움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과 홍준표(61) 경남도지사 간의 수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자기 패를 상대에게 철저히 감추며 국면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이끌려고 애쓰고 있다.11일 검찰 등에 따르면 특별수사팀은 지난 8일 홍 지사를 17시간가량 강도 높게 조사하면서도 정작 홍 지사가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 당시 일정을 확인하지 않았다. 앞서 나경범(50) 경남도청 서울본부장을 비롯한 측근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금품수수 사건에서 돈을 받은 장소와 시점을 규명하는 게 기소를 위한 핵심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 수사팀 관계자는 “홍 지사 측이 2010년에는 윤씨를 여러 번 봤지만 2011년에는 11월에만 봤다고 주장하고 있어 굳이 추궁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정과 동선 등 모든 것을 복원하고 확신이 들 때 의혹 대상자를 소환한다”고 말해 시점·장소는 특정한 상태라는 것을 에둘러 강조했다. 이 같은 수사팀의 행보는 시점 등을 미리 알려줘 홍 지사나 주변 인물들에게 ‘알리바이’를 만들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러한 점을 의식한 듯 홍 지사는 이날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자신의 일정표를 수사팀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홍 지사는 “윤씨가 돈을 전달했다는 시점과 장소를 먼저 제시하면 나중에 제출한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정표를 먼저 제출했을 때 윤씨가 그 일정에 끼워넣어 돈을 주었다고 하면 도리가 없다”면서 “검찰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윤씨가 수시로 말을 바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 지사는 윤씨 진술의 신빙성을 걸고넘어졌다. “(나를 도왔던) 모 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난 경남지사 재·보선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큰 것 한 개(1억원)를 윤씨를 통해 도지사 선거 캠프에 전달하라고 했는데 배달사고가 났다’는 얘기를 전해왔고, 관련 진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사팀은 “이번 의혹의 실체와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5-05-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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