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예고한 ‘공포의 쿠팡맨’… 알고 보니 24세 취준생

살인 예고한 ‘공포의 쿠팡맨’… 알고 보니 24세 취준생

조용철 기자
입력 2015-11-08 23:00
수정 2015-11-09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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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게시판 취업 성공글 보고 스트레스 때문에 허위로 올려” 고소장 낸 쿠팡 찾아가 실토

“혼자 사는 여자들 주소 다 적고 있다.”, “일 그만두고 새벽에 찾아갈 거다.”

지난달 20일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잔혹한 댓글이 달렸다. 한 이용자가 자신이 소셜커머스 ‘쿠팡’에 합격했다는 글을 올리자 자신을 현직 ‘쿠팡맨’이라고 밝힌 사람이 여성들에 대한 살해 위협을 암시하는 글을 남긴 것이다. 쿠팡맨은 쿠팡이 당일 배송인 로켓 배송을 하기 위해 채용한 택배기사를 가리킨다.

택배 신청자의 집 주소를 알 수밖에 없는 배송기사의 위협 글은 네티즌들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해당 게시자는 인터넷상에서 ‘공포의 쿠팡맨’으로 불렸다.

그는 “물을 배달시키는 여성들을 다 죽이겠다”거나 “내가 쓴 글을 다른 커뮤니티로 퍼 간 사람의 신상을 캐 죽이겠다”는 댓글도 마구 달았다.

연쇄살인 범죄를 암시하는 듯한 뉘앙스의 이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졌다. 회사 측은 지난달 23일 “글쓴이가 회사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며 고소장을 냈다.

그러나 댓글을 쓴 사람은 살인마도, 전과자도 아닌 평범한 취업 준비생 천모(24)씨였다. 그는 쿠팡에 찾아가 자신이 논란의 글을 올린 장본인임을 실토하고 사과했다.

천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모두 시인하며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천씨는 전문대를 졸업한 후 취업을 시도했지만 최근까지도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직업이 없이 집에서만 지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이 와중에 인터넷에서 누군가 취업했다는 글을 보고 부러운 마음에 즉흥적으로 허위 댓글을 쓰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댓글을 작성할 때도 천씨는 인천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 있었다. 그는 “별생각 없이 쓴 글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면서 뒤늦게 선처를 호소했지만 몇 줄 안 되는 글이 인터넷에 남긴 공포는 너무나 컸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천씨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5-11-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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