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까지 12시간 여물 주고 소똥 치우는 고된 일과경찰, 축사 CCTV 영상서 확인…“주말아나 휴일에도 일해”

인적이 드문 외딴 곳에 있는 축사에서 19년간 기계처럼 매일 반복적으로 해온 축사 일이 몹시 힘들고 지겨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보통 고된 일을 해도 그에 걸맞은 대가, 다시 말해 임금이나 보상을 받으면 견뎌낼 수 있다. 그러나 고씨는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한 푼의 임금을 받지 못했고 장밋빛 미래를 꿈꿀 수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맞은 적도 있기” 때문에 축사일이 좋을 리 만무했다.
최근까지 40여마리의 소를 돌봤던 고씨가 축사와 소똥에 대해 그토록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는지 간접적으로나 짐작할 수 있는 영상 자료가 확보됐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고씨가 강제 노역한 김모(68)씨 축사에 설치된 CCTV 4대를 수거, 분석했다. CCTV는 최근 20일간의 영상을 담았다.

소똥은 삽으로 수레에 퍼담아 한 곳에 모은 뒤 내다 버렸다. 낮에도 소먹이를 주는 일은 계속됐다.
오후 5시께 여물을 다시 준 뒤로는 축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저녁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는 알 수 없다.

CCTV 영상으로 경찰이 확인한 고씨의 일정한 하루 일과 패턴이다.
경찰은 “축사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중간중간에는 빨래 등 자기 일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CTV 확인 결과 쉬는 시간을 합쳐 고씨의 하루 노동 시간은 12시간인 셈이다.
정신 연령이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 불과한 고씨로서는 “소처럼 일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중노동이었던 셈이다.
경찰은 CCTV 자료 등을 토대로 강제노역 강도를 측정할 것으로 점쳐진다.
경찰은 이와 함께 축사 주인 김씨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학대나 구타 행위가 있었는지도 살피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CCTV에는 가혹행위 정황은 담겨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고씨가 목욕, 외식, 병원 진료 등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접조자 받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이 부분에 대해서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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