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소주 사망 발생 10일째…“불안 넘어선 공포”

농약소주 사망 발생 10일째…“불안 넘어선 공포”

입력 2016-03-18 14:59
수정 2016-03-1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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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넘치던 마을 적막감만…외출하는 주민도 없어“범인 빨리 잡아 나쁜 짓을 한 이유 알고 싶다”

농약이 든 소주를 마신 주민 2명이 숨지거나 다친 사건이 일어난 경북 청송군 현동면 눌인 3리.

청송읍내에서 자동차로 40분 넘게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 52가구에 주민 90여명이 사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이곳은 10일 전까지만 해도 모든 이웃이 서로를 한 가족처럼 믿고 지내던 정이 넘치는 마을이었다.

상당수 가구는 담도 없이 지냈다. 담이 있어도 그냥 형식적으로 만든 것이지 대문을 잠그는 일은 없을 만큼 주민들은 서로를 신뢰했다.

그러나 농약소주 사건이 발생하고 열흘이 흐른 18일 오후에 찾은 이 마을에서 외출하는 주민을 찾기는 어려웠고 적막감만 감돌았다.

봄비가 내린 탓도 있겠지만 사건 발생 이후 주민들은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마을회관은 경찰의 출입통제선(폴리스라인)으로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다.

혹시 생길 수 있는 현장 훼손을 막기 위해 경찰관들이 번갈아 지켰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10여명의 주민이 오전부터 모여 웃고 즐기며 시간을 보내던 교제와 화합의 장소이던 마을회관.

그러나 지금은 주민은 드나들 수 없는 ‘범죄 현장’이 됐다. 날마다 모이던사람은 사건 이후 한 번도 모이지 않았다.

당시 회관에 있던 사람을 포함해 주민 모두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60년 이상 살았지만 대부분이 처음 이런 경험을 했다.

사건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경찰관 수십명이 마을 구석구석을 뒤지자 주민 사이에는 서로를 의심하는 ‘불신’까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경찰이 마을 내부인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불신의 골은 깊어졌다.

고독성 농약을 범행에 사용했다는 소식에 불필요한 의심을 피하려고 농약을 내다 버리는 주민도 있었다.

불신과 불안감으로 마을을 떠나는 사람도 생겼다.

숨진 이장 박모(63)씨 아내를 비롯해 일부 주민은 외지에 있는 자녀나 친지 집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이들은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마을에서는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해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로 중태에 빠졌다가 의식을 되찾은 허모(68)씨의 이웃에서 만난 한 여성(68·여)은 “정이 넘치는 마을이었는데 사건 직후에는 이웃끼리 대화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을 사람 전부가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불안해한다”며 “범인을빨리 잡아 나쁜 짓을 하게 된 이유를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숨진 이장 박씨에 대한 안타까움도 밝혔다.

올초 이장으로 뽑혀 마을 일을 자기 집 일처럼 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박씨 아내는 마을회관에서 식사가 끝나면 혼자 설거지를 하는 등 힘들거나 궂은일은 도맡아 했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도 박씨 아내는 봄 파종용 옥수수를 가져와 필요한 사람에게 한 움큼씩 나눠 주는 등 정이 넘쳤다고 전했다.

부부가 모두 다정하고 주민 모두에게 잘해줬는데 그런 일을 당한 것을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 부부가 누구한테 원한을 살만한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주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비가 내리는 18일에도 누군가 범행에 사용한 뒤 버렸을 수 있는 도구 등을 찾으려고 마을 구석구석을 수색하거나 주민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계속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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