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버스정류장 무정차 1회로 ‘정직’ 지나쳐”

법원 “버스정류장 무정차 1회로 ‘정직’ 지나쳐”

입력 2015-09-21 08:21
수정 2015-09-2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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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을 무정차 통과해 승객과 한 차례 승강이했다는 이유로 기사에게 ‘정직’ 처분을 내린 회사의 징계는 지나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차행전 부장판사)는 한 버스회사가 직원인 기사 A씨에게 정직 처분을 내린 조치를 ‘부당정직’으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공항 리무진버스 회사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해 10월 저녁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서울로 가는 버스를 몰다 어느 정류장에 도착할 무렵 안내방송으로 다음에 정차할 정류장을 안내했으나 내리겠다는 승객이 없자 그냥 통과했다.

이 버스에는 하차 벨이 없었다.

그런데 2분쯤 뒤 한 승객이 운전석 쪽으로 걸어나와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은데 항의했고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휴대전화로 차량번호를 촬영했다. A씨가 이 정류장에서 다른 승객의 짐을 내리고 있을 때 다시 “난폭운전을 하고…상습적이야”라고 말했다. 화가 난 A씨는 그와 말다툼을 벌이다 그의 윗옷을 잡아 젖혔다.

다음날 이 승객은 회사 측에 A씨의 정류장 무정차 등에 관해 알리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1주일 뒤 이 버스에 타고 있던 다른 승객은 회사의 홈페이지에 “그 승객이 자고 일어난 듯했다. 그런 정신이었으면 정류장을 놓치는 게 당연한 일인데 기사에게 화를 내며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인사위원회에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징계가 부당정직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 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는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받아들였고 중앙노동위 역시 회사 측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회사가 낸 소송에서 재판부는 “정류장을 그대로 통과한 것은 기사의 준수사항을 위반한 것이지만, 공항 리무진버스 기사들 사이에는 인천공항을 출발해 서울 시내를 운행할 때 내리려는 손님이 없으면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는 것이 관행으로 이뤄져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정차 통과, 승객에 대한 폭언 등이 각 1회에 불과하고 이런 비위행위로 인해 민원이 제기된 것 외에 다른 재산상, 인명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정직 처분은 징계권자의 재량권을 넘어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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