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교장 없어… 파행운영 극치
교장이 없는 상태가 6년간이나 지속돼 온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난해 시험문제가 올해 똑같이 출제되는 등 파행 운영과 모럴해저드가 극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16일 숭실학원과 숭실고에 대한 감사 결과 학교법인이 이사회를 파행 운영하고 법인의 소송비용을 부담하면서 관련 절차를 지키지 않는 등 총 35건의 부정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숭실학원의 이사 6명, 감사 1명 등 임원 7명 전원에 대해 임원 취임 승인 취소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학교법인 관계자들을 업무상 횡령·배임과 사립학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임원 외 관계자 35명은 경고 조치하기로 했다.숭실학원은 2014학년도 결산과 2015학년도 예산에 대한 심의·의결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장 직무대행은 행정소송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지인으로부터 2000만원을 빌리면서 교육청의 허가나 이사회 심의·의결도 거치지 않았고 돈을 빌려준 사람은 이후 법인 이사가 돼 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인 회계 일부에 압류를 하는 황당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특히 올 1학기 정기고사에서는 1학년 경제 및 기술가정, 3학년 동아시아사와 과학Ⅱ 등의 과목에서 지난해 정기고사의 문제가 고스란히 다시 출제됐다. 재출제 비율은 과목별로 17~18%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대입에서 내신 성적에 반영되는 학교 정기고사의 출제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교육청은 2010년 학내 비리에 대한 진정을 접수해 숭실학원을 상대로 감사를 벌였고 이후 숭실고는 교장과 교감, 행정실장이 사법 처리되면서 후임 교장 없이 운영돼 왔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5-09-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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