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情) 외국인과 나누고파”
“대학 시절 제 꿈은 오대양 육대주를 가보는 거였죠. 여덟 번의 방학 중 여섯 번은 육대주를 돌아보고 남은 두 번은 남극과 북극을 가보고 싶었어요. 꿈을 모두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을 알리는 일을 하자’는 결심을 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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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홍보, 내 인생 최고의 임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국홍보전문가’라는 직함으로 불린다. 서 교수는 아이디어의 원천이 여행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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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여행에서 시작된 서 교수의 ‘한국 알리기 프로젝트’는 시간이 갈수록 진화했고,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 세계적인 일간지에 독도, 동해, 일본군 위안부 광고를 냈고,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현대미술관 등에서 한국어 설명 서비스를 이끌어 냈다.
’무한도전’과 함께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실은 비빔밥 광고는 한국 홍보의 ‘레전드’로 불린다.
지금까지 한국의 역사와 우수한 문화를 알리는 것에 집중했던 서 교수는 한국 홍보의 스펙트럼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 있는지, 아직도 남북극 여행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 남자의 열정은 무엇인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한국 홍보 전문가, 부르는 이름이 거창해 부담스러운 것 같다.
▲ 애칭이다. 어느 순간 생긴 별명이다. 언론에서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는데 부담이 아니라 열심히 하게 된다. 학생 때부터 따지면 20년, 전문적으로 홍보를 시작한 지는 딱 10년 됐다. 국가 홍보는 전문가만 할 수 있거나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이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 홍보의 결과는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모두가 실생활에서 함께해야 하는 일이다.
-- 뉴욕타임스 독도 광고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이 10년 전이었다. 청년 서경덕의 삶은 어땠나.
▲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이 너무 많아 대학생이 할 수 있는 홍보 활동을 찾아 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남대문 시장에서 태극기 배지를 사서 외국에서 만난 배낭여행자들에게 달아줬다. 당시에는 배낭에 국기 배지를 다는 게 유행이었다. 한국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한국을 알아보라는 뜻이었다. 외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한국학을 가르치는 곳도 있더라. 하지만 교재가 1970년대 책자였다. 그래서 해외 나갈 때마다 트렁크에 최신 자료를 가득 채웠고, 대학을 돌아다니며 기증했다. 이런 활동이 뉴욕타임스 독도 광고로 이어지게 됐다.
-- 한국을 알리는 대표 선수로 한식을 내세웠다. 한식 홍보는 성공적이었나.
▲ 한식을 홍보한 이유는 세계 70억 명 인구가 모두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있는 도시에서 한국 문화를 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바로 한식이다. 지금까지 많은 음식이 소개됐고, 더 많이 알려질 필요도 있다. 그런데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 알고만 있는 것과 직접 즐기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한식당에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은 더 의미가 있다.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가는 문화 홍보, 그 측면에서 한식 홍보는 갈 길이 멀다.
-- ‘독도는 내 운명’이라고 자서전에서 밝혔다. 요즘에는 독도를 관광지로 소개하기도 한다. 이유가 궁금하다.
▲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광고를 하면 국제 분쟁 지역으로 오해할 수 있다. 우리는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으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비지트(Visit) 코리아’라는 시리즈 광고를 뉴욕타임스에 내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독도가 드러난다. ‘대한민국은 아름다운 섬이 많은 나라입니다. 서해에는 강화도, 남해에는 제주도, 동해에는 독도와 울릉도가 있습니다. 3천 개의 아름다운 섬이 있는 한국으로 놀러오세요.’ 이렇게 관광을 이용하면 독도를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다.
-- 다음 10년, 무엇을 홍보하고 싶나.
▲ 한국의 정서에 주목한다. 말하자면 한국인의 정(情)과 같은 정서를 외국인과 나눌 기회를 만들고 싶다. 한국인의 정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아직은 모르겠다. 우리나라만의 정서 문화, 인간적인 매력을 알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는 것이 목표다.
--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한국 홍보 전용 전광판을 언제 볼 수 있을까.
▲ 올해 안에 꼭 만들어 보고 싶다. 지금까지는 다른 글로벌 기업 광고판을 빌렸는데, 그 비용도 사실 만만치가 않다. 국가를 홍보하는 전용 광고판을 만든다면 세계적인 이슈가 될 것이 분명하다. 3년간 추진했는데, 우리나라 기업이지만 타임스스퀘어에 단독 광고판을 운영하기는 어려운 기업들을 모아볼 생각이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면서 광고판을 후원한 한국 기업을 소개하면 좋다. 12월 31일, 세계인이 가장 많이 모이는 타임스스퀘어에서 광고를 시작하고 싶다.
-- 국제도시 서울, 관광객이 두 번 세 번 방문할 수 있게 하려면.
▲ 외국인은 한국에서 언어 소통이 안 되는 것을 불편해한다. 표지판이나 음성 설명 서비스 등 관광을 도와줄 인프라도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면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세계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24시간 배달, 사우나, 쇼핑 등을 잘 활용하자. 외국인이 한국에서 제일 놀라는 게 뭔지 잘 살펴야 한다.
-- 관광은 산업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중요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조언해 줄 말은.
▲ 국제적인 이벤트를 통해 도시 브랜드를 잘 홍보해야 한다. 동시에 이벤트가 끝난 이후의 계획도 만들어야 한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생겨난 적자와 시설 방치 소식이 안타깝다. 일본 나가노와 삿포로도 동계올림픽으로 알려져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배워야 한다.
-- 가칭 한국 관광국이 있다면, 그 수장이 된다면.
▲ 세계 관광 트렌드를 잘 분석하겠다. 수박 겉핥기식 관광은 사라지고 있다. 한 도시에서 진득하게 삶을 관찰하는 관광이 인기다. 외국인이 오래 머물면서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함이 돋보이는 관광 콘텐츠를 마련하겠다.
-- 당신에게 여행이란.
▲ 여행은 아이디어다.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떠나면 아이디어가 나오더라. 태국 파타야에 가면 반드시 지나는 관문이 있다. 그곳을 통과하다 비빔밥 광고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인 관광지를 찾은 수많은 사람이 통과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해외에 나가면 사진을 아주 많이 찍는다.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나올 때도 있지만 사진을 보다 보면 현장에서 놓쳤던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 꼭 가고 싶은 여행지는.
▲ 남극. 스무 살 때 세웠던 계획을 아직도 실현하지 못했다. 꼭 가보고 싶다. 세종기지와 장보고기지가 있는 남극에는 세계 각국의 연구소가 들어와 있다. 거기서도 우리나라를 잘 홍보할 수 있다. 하하하, 직업병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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