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해 사는데 16년째 준공승인 안난 아파트…무슨 사연

입주해 사는데 16년째 준공승인 안난 아파트…무슨 사연

입력 2015-02-04 11:18
수정 2015-02-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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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잇단 부도에 대위등기로 916가구 소유권 제각각주택법 등 저촉돼 승인 못내…2000년 9월 이후 임시 사용승인 상태

“법대로 하면 평생 준공 승인이 나지 않을 겁니다”

청주의 한 소형 임대아파트는 우리나라 아파트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사연을 안고 있다.

전체 916가구인 이 아파트의 가구별 등기부 등본을 떼어 보면 사용 승인이 되지 않은 건축물이라고 표기돼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거주하고 있다.

올해로 16년째 준공은 나지 않고 임시 사용승인 상태에 있는 곳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 아파트에 얽힌 복잡한 사연은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임대아파트 사업 승인을 받은 A건설사는 이듬해 공사에 착수했고, 입주자 모집 공고 승인을 얻었다.

그러나 A사가 1999년 부도 처리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A사 채권자들은 공사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공사를 재개하다가 아예 B건설사를 설립했다. 당연히 사업 주체도 A사에서 B사로 변경됐다.

이 아파트는 2000년 9월 최초로 임시 사용승인이 났다. 그런데 두 달 뒤 이번에는 B사가 부도를 맞았다.

그러자 B사 채권자들이 이 아파트에 대해 채권액만큼 법원에 대위등기를 하고 소유권을 확보했다.

그동안 매매가 이뤄지면서 이 아파트 916가구는 37개 법인과 개인 명의로 등기돼 있다. B사도 188가구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대다수는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내고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들이다.

그렇다면 준공 승인이 나지 않은 이유는 뭘까.

토지까지 19개 법인·개인의 소유가 됐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보면 입주자를 모집하려면 사업주체가 토지를 100%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또 주택법은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 신청 이후 저당권 설정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대위등기로 건축물·토지 소유권이 다른 법인과 개인들에게도 넘어가고, 저당권까지 설정돼 있다 보니 사용검사 승인, 즉 준공 승인을 내줄 수 없게 된 것이다.

준공 승인 자체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주택법에 저촉되는 것이다.

그동안 임시사용을 연장해 왔던 B사는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준공 신청을 했다.

B사는 A사가 빌린 국민주택기금을 약정 기간 내에 한국주택금융공사에 갚지 않으면 막대한 이자까지 물어야 처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이 아파트 가운데 B사 소유분에 대한 경매 처분도 검토했던 것으로 시는 파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준공 승인이 나면 임대료가 올라가거나 분양 전환이 바로 추진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임차인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 한 관계자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주택법 규정을 따진다면 평생 준공 승인을 내줄 수 없을 것”이라며 “고문 변호사들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법에 저촉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시는 B사의 준공 신청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고문변호사 문의에 이어 4일 민원조정위원회를 열어 조정위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민원조정위는 모든 토지·건물 소유자로부터 준공 동의를 받고, 준공 후 임차인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는 일단 B사의 준공 승인 신청을 반려했다.

그러나 무한정 임시 사용 상태로 둘 수는 없는 만큼 토지·건물 소유자들의 준공 동의 등 조건을 충족하면 준공 승인 문제를 긍정적인 방향에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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