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대책위, 재협상 등 촉구 농성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합니다.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이 딱 그렇습니다.”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앞.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고 박성호군의 어머니 정혜숙(46)씨는 ‘대국민 호소문’을 읽는 동안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안산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유가족들과 함께 걸었던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이럴 줄은 몰랐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세월호 유가족 10여명은 전날 오후부터 새정치연합 당사 10층에서 특별법 합의 철회를 촉구하는 농성을 시작했다.
단원고 희생자들의 얼굴이 새겨진 플래카드 뒤에 선 농성 참가자 30여명은 “밀실 합의, 졸속 합의, 여야 합의 파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말 내내 세월호특별법 여야 합의에 항의하는 집회도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세월호가족대책위는 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시민 5000여명(경찰 추산 18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수사·기소권이 있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문화제를 열었다.
“제대로 단식을 했으면 실려 갔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의 발언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단원고 2학년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27일간 굶었지만 내 투지는 꺾이지 않았다. 국민 여러분도 끝까지 잊지 말아 달라”면서 “안 의원이 내게 사죄하거나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사과할 때까지 진료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영화인 모임’(가칭)도 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주장했다. 정지영·장준환 감독, 심재명 명필름 대표 등 영화인 20여명이 참여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4-08-1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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