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발뺌 막을 도구” “음주 단속하듯 교육”

반면 인천 연수구의 B고등학교에서는 지난 2일 1학년생 3명이 3학년 교실에서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에서 불이 나 교실이 모두 탔다. 한 시민은 “학교가 학생 관리를 어떻게 하기에 학생이 교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불을 낼 수 있었는지 한심하다”며 혀를 찼다.
일부 시·도교육청의 권유로 일선 중·고등학교가 흡연측정기를 도입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측정기의 효과와 부작용을 둘러싸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일선 학교는 흡연측정기가 학생들의 금연 유도에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부산의 한 중학교 교사는 “흡연측정기를 들여놓았을 때 아무래도 아이들이 금연에 대해 자각하는 효과가 더 있는 것 같다”면서 “(흡연이) 반복되고 개선이 안 되는 아이들도 눈에 보이는 수치로 흡연 사실이 드러나면 잘못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대전동부교육지원청과 부산시교육청은 올해 흡연측정기의 효과를 인정해 일선 중·고교에 흡연측정기 배치 대수를 늘렸다.
하지만 학생과 일부 교육자들은 흡연측정기가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되레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학교는 흡연측정기로 흡연 사실이 세 차례 적발되면 전학이나 퇴학을 시킨다. 이른바 ‘삼진 아웃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에서는 흡연측정기에 걸리지 않는 방법을 물어보는 학생들의 질문이 수시로 올라온다.
고교생 아들을 둔 주부 허모(47·서울)씨는 “학교가 흡연측정기를 불게 하고, 이를 부인하면 전학을 보내거나 자퇴를 시키겠다고 겁을 준다고 들었다”면서 “미성년자들이 실수도 할 수 있는 건데, 측정기가 마치 징계 도구로 쓰이는 것 같아 문제가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흡연측정기를 들여놓고도 학부모들의 반발 탓에 사용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경기 고양시의 한 고등학교 학생부장 교사는 “징계를 하고 싶어도 학부모의 반발이 심해 흡연을 하지 않았다고 끝까지 우기는 학생에게만 쓴다”면서 “특히 교육청의 공식 지침은 아니지만 (흡연측정기를 놓고 논란이 많으니) ‘조심스럽게 운영하라’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고 털어놨다.
흡연측정기 도입에 따른 ‘풍선 효과’로 학교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늘고 있다. 학생들이 흡연 장소로 학교보다는 학교 주변 주택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고양의 한 주민은 “놀이터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이 어느 날부터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학교 측에 민원을 넣어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3-10-07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