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뇌병변 장애 여성, 아버지와 30년만에 재회>

<40대 뇌병변 장애 여성, 아버지와 30년만에 재회>

입력 2013-07-24 00:00
수정 2013-07-24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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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에 행방불명…DNA 대조로 찾아

“아흐 빠하…”

2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천애재활원. 김모(46·여)씨는 아버지 김모(79)씨를 보자마자 부둥켜안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 김씨도 “정말 내 딸이 맞냐”며 딸을 안고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이 30년 전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 집에서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이후 처음이었다.

어려서부터 뇌병변장애 2급을 앓은 김씨는 혼자 집을 나가서는 동네 어딘가에 앉아있다가 동네 사람의 손에 이끌려 집에 돌아오기 일쑤였다.

16세가 된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집을 나간 김씨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강원도에서 흘러 흘러 서울까지 온 김씨는 부녀보호소에서 잠시 생활하다 정신지체 장애인 보호시설인 천애재활원에 입소하게 됐다.

재활원은 이름·나이·고향 중 어느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김씨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법원의 허가를 받아 새 호적을 만들어줬다. 서울 노원경찰서에 김씨의 입소 신고도 했다.

경찰은 강화된 실종아동보호법에 따라 2006년 김씨의 DNA를 실종아동기관에 등록했다.

지난해 아버지 김씨는 죽기 전 딸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주변에서 ‘요새는 DNA 대조를 통해 아주 오래 전에 잃어버린 사람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김씨는 약 8개월 전 강릉경찰서를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DNA를 채취했다.

딸을 찾을 수 있을지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며 보내던 김씨는 며칠 전 경찰서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대조 실험을 통해 유전자가 일치하는 여성이 서울 한 재활원에서 지내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는 이날 동네 사람의 차를 얻어타고 재활원으로 한달음에 달려왔고 두 사람은 30년 만에 재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당분간 함께 살지는 않기로 했다.

물고기를 손질하며 겨우 생활을 꾸려나가는 아버지 김씨의 형편에 딸을 부양하면서 치료비까지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아버지 김씨가 재활원에 자주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재활원 관계자는 “딸 김씨가 종종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고 했었는데 이제야 그 의미를 알겠다”며 “두 사람이 함께 살지는 못하더라도 재회하게 된 것은 정말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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