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교통사고 진실 블랙박스는 알고있었다

새벽 교통사고 진실 블랙박스는 알고있었다

입력 2011-01-30 00:00
수정 2011-01-3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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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男 차 3대에 치여 숨져…뺑소니 2명 덜미

 새벽 서울 도심에서 길을 건너던 60대 노인이 차 3대에 잇따라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애초 이 사고는 차량 한 대가 일으킨 것으로 처리될 뻔했으나 현장 인근을 지나던 택시의 블랙박스에 사고장면이 기록되는 바람에 뺑소니 운전자 2명이 차례로 덜미를 잡혔다.

 30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안모(62)씨는 27일 오전 6시30분께 종로구 종로5가에서 승합차를 몰고가다 길을 건너던 조모(62)씨를 치었다.

 놀란 안씨는 사고 현장 인근 길가에 차를 세우고 경찰에 신고한 뒤 기다렸다.

 안씨는 경찰 조사에서 “신호가 (파란색으로) 바뀌어 출발했는데 갑자기 뭔가 검정 물체가 튀어나와 부딪혔다”고 진술했다.

 사고를 조사하던 경찰관은 승합차의 파손 정도에 비해 숨진 조씨의 상해가 심한 점을 이상하게 여기던 중 2시간여 지나고나서 ‘사고를 당한 사람이 어떻게 됐느냐’는 한 목격자의 전화를 받았다.

 목격자인 택시기사 김모(43)씨는 “앞에 가던 택시 한 대가 도로에 쓰러져 있던 보행자를 밟고 지나갔다”며 “사고 당시 화면이 담긴 블랙박스가 있다”고 제보했다.

 경찰은 그날 오후 2시께 목격자 김씨의 택시 블랙박스에 찍힌 정보를 토대로 조사해 조씨를 치고 달아난 택시 운전기사 백모(55)씨를 찾았고,백씨의 택시 범퍼에 머리카락과 피가 묻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또 백씨를 조사하다 뜻밖의 진술을 받아냈다.

 백씨가 화물 트럭 바로 뒤에서 택시를 몰았으며,그 트럭도 쓰러진 사람을 치고 갔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승합차 운전자 안씨가 경찰에 신고하는 사이 트럭과 택시가 길 위에 쓰러져 있던 조씨를 치고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백씨는 조씨를 치고 10m 정도를 더 운전해 차를 세우고서 먼저 정차해 있던 트럭 운전자 이모(40)씨와 “뭔가를 치고 온 것 같다”며 대화를 나누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백씨가 적어 놓은 트럭 번호를 추적해 같은 날 오후 7시께 트럭 운전자 이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피해자 조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려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조씨의 부검을 의뢰했다.경찰은 또 차체가 높아 뚜렷한 물증이 남아있지 않은 이씨의 트럭 등 가해 차량 3대의 정밀감식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행자를 친 승합차만 가해 차량인 줄 알고 의아해했는데 사고 목격 차량의 블랙박스 덕분에 다른 가해자 2명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과수의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3명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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