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공식입장은 안내…靑 “당국회담까지 오려면 좀 더 단계 필요”
청와대는 남북이 8·25 합의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구체 일정을 합의한 것에 대해 신중하게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북한이 남북 합의 이행에 의지를 보인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런 흐름이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남북 관계 문제에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 첫 단추를 채우기 시작한 것이니 앞으로 차근차근 잘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참모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일정 합의는 작은 성과로 앞으로 이런 분위기를 살려나가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협력의 습관을 만들어 앞으로도 좋은 소식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는 이산가족 상봉 구체 일정 합의와 관련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는 이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일정 합의가 남북 8·25 합의의 이행 차원에서 평가할 만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것 하나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완전히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우선 우리 정부가 원하는만큼은 안됐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인 지난해 2월에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진행되는 등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계속돼 온 측면이 있다는 점이 이런 인식의 토대다.
또 남북이 이번에 합의한 대로 실제 상봉 행사가 진행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다. 북한의 주장대로 상봉 일정이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 뒤인 다음 달 20~26일로 잡혔다는 점에서다.
만약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 계기에 인공위성 발사라는 명분으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 등의 도발을 감행하고 남북간 긴장·대결 국면이 조성될 경우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불발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북한은 2013년 9월 25~30일 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진행키로 합의하고 최종 명단까지 교환했지만, 상봉일을 불과 나흘 앞두고 일방적인 취소통보로 상봉 행사를 무산시킨 적 있다.
같은 맥락에서 남북 당국회담 개최 문제에 대해 청와대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남북 8·25 합의 사항 중 가장 이행하기 쉬운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성사를 완전히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및 5·24 조치 문제 등의 복잡한 현안을 논의하는 남북 당국 회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좀 빠르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제 적십자간 논의가 겨우 시작된 것이며 남북간 논의가 당국회담까지 오려면 좀 더 단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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