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新보수’ 파장…與 정책·노선논쟁 격화될 듯

유승민 ‘新보수’ 파장…與 정책·노선논쟁 격화될 듯

입력 2015-04-09 11:28
수정 2015-04-0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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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연확대’ 평가부터 ‘선거전략’ 해석에 ‘개인정치’ 폄하까지野 ‘우클릭’ 맞서 중도공략 위한 변화·혁신 발걸음 재촉”앞으로 노선을 둘러싼 백가쟁명있을 것”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여권에 후폭풍을 몰고 왔다. 경우에 따라서는 메가톤급 노선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유 원내대표는 8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로는 이례적으로 현 정부의 경제·재정·조세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뿐만아니라 “보수의 새지평을 열겠다”면서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균형발전, 양극화 해소, 부자와 대기업의 세부담 확대, 재벌개혁 등 기존 여당 입장에서 보면 파격적인 제안들을 쏟아냈다. 특히 야당의 직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고 합의정치를 강조하면서 정치 진영의 ‘창조적 파괴’도 시도했다.

당장 당내에서 찬반 양론이 거세게 일었다. 당내 노선 논쟁에 불을 댕긴 셈이 됐다.

당내에서 유 원내대표의 파트너인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9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유 원내대표가 우리 당의 외연을 넓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새로운 보수’라는 화두를 의원총회나 당정청 협의 등을 통해 조율하고 정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원 정책위의장은 특히 “정치권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솔직한 반성과 사과를 내놔야 새로운 설계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며 유 원내대표가 ‘박근혜정부 공약가계부 미이행’에 대한 반성한 점을 적극 두둔했다.

법인세율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떤 부분을 증세할지에 대해 당내 치열한 토론과 논의를 통해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공론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같은 입장은 유 원내대표의 의도가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당의 ‘보수꼴통’ 이미지를 벗고 중도·진보 진영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철래 의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 원내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찰력을 높이 사면서 연설에서 유독 ‘가운데 중(中)’을 많이 쓴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정미경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보수든 진보든 늘 변화해야 하고, 변화가 없으면 죽는 것”이라며 이 같은 정책 변화가 생존의 필수 전략이라는 데 유 원내대표가 방점을 찍었다고 풀이했다.

이처럼 당내 일각에선 유 원내대표의 연설이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제시했던 ‘제3의 길’에 비유하고 있지만 보수 정당으로서 지나치게 급진적인 제안을 내놨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유 원내대표가 ‘개인정치’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실질적으로 당내 조율과정이 완전히 끝나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며 “그것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할 문제”라고 날을 세웠다.

이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서 박 대통령이 펼치는 조세 정책에 대해 (학자 출신으로서 개인적인) 입장을 얘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세보다 복지 구조조정이 먼저고, 국제적 트렌드에 역행하는 법인세율 인상이 역효과만 낼 수 있다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특히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형태로든 짜일 계파 대립구도 측면에서 볼 때 유 원내대표가 자신만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정당으로서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는 게 당의 발전에 좋은 일”이라면서도 “국회에서 합의하기 전에 당내에서도 합의하는 단계는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라고 언급, 유 원내대표의 개인 의견이 마치 당의 입장인 것처럼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은 “보수정당이 가야 할 폭넓은 시각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평가하지만, 그것을 위해서라도 혼자보다는 함께 가는 길을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꼬집었다.

영남 지역의 한 재선 의원도 “신선하게 하려면 누구든 그 정도는 말할 수 있다”고 평가절하했고,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자기만 튀어 보이겠다는 인기영합적 발언 일색이었다”고 비난했다.

유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새누리당의 노선 재정립에 대한 백가쟁명식 논쟁이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내년 20대 총선과 2017년 대선이라는 정권의 명운을 건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민심을 잡기 위해 당의 노선,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논쟁은 더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진보성향이 강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유능한 경제·안보 정당’을 내세우며 ‘우클릭’에 나서 중도층 공략에 나선 만큼 보수진영의 새누리당내에서도 변화와 혁신의 몸부림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내 정책통인 강석훈 의원은 “보수 정당이 아닌 책임 정당이라는 측면에서 꼭 ‘좌클릭, 우클릭’으로 구분할 필요는 없다”며 “앞으로 노선을 둘러싼 백가쟁명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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