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세법 개정안 원점 재검토 배경·향후 구상은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세금논란’에 대해 전격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것은 중산층과 서민을 중심으로 한 거센 여론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고개숙인 현오석… 머리 맞댄 與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세법개정안 수정 방향 브리핑에서 굳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당정협의에서 황우여(오른쪽)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문건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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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격적으로 재검토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번 세법 개정안의 기본 취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세 형평성 제고 등 기본적으로 우리 세제의 비정상적인 부분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다만 “오해가 있거나 국민에게 좀 더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는 사안에 대해선 정부가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적극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오석 기획재정부장관 또는 조원동 경제수석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이날 언급을 계기로 여권에서는 서민·중산층 세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보완 작업과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서민과 중산층의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당이 주도해 중산층에 대한 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대기업이나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청와대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권 초기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새 정책안을 4일 만에 전격 철회한 것은 정권 초기 최악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도 보인다. 실제 이미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세금논란으로 박 대통령이 오는 25일 취임 6개월을 앞두고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윤창중 파문’ 등 여야의 정치 공방에도 불구하고 최근 3개월 연속 60%를 넘는 국정운영 지지도를 보여준 것은 정쟁에 대한 국민적 혐오와 박 대통령의 민생 챙기기 행보에 박수를 보낸 측면이 크다. 하지만 ‘세금논란’은 서민·중산층 개개인들의 삶과 직결된 민생문제라는 점에서 자칫 현 정부에 대한 신뢰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사안이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 선거인 오는 10월 재·보선 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집권 첫해 후반기 국정운영의 최대 화두로 ‘민생·경제살리기’를 잡은 박 대통령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2013-08-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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