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리서의 효시인 ‘택리지’ 저자 이중환이 오늘의 서울을 돌아봤다면 ‘서울 택리지’는 어떤 내용으로 구성됐을까. 저자가 옛날과 오늘날 서울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서울의 궤적을 좇게 된 화두다.
저자는 서울의 기원에서 시작해 강남 개발 비화로 글을 맺는다. 삼국사기의 백제 건국설화에 따르면 서울은 기원전(BC) 18년에 조성됐다. 2000년을 훌쩍 넘긴 고도다. 임진왜란, 한국전쟁, 근대화 등을 거치며 민족의 혼이 서린 유적과 건물은 대부분 파괴됐다. 한강의 기적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불과 60년밖에 안 걸렸다. 저자는 이런 서울의 변화상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좇으면서 그 속에 숨어 있는 광화문, 운종가, 청계천, 궁, 성곽, 사대문 등 공간의 의미를 오늘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저자는 강북이 조선왕조의 도읍 한양이라면 강남은 우리 손으로 건설한 ‘진짜 서울’이라고 말한다. 18세기 인물인 이중환은 당대 서울을 풍속이 고르지 못하다며 사람이 살 만한 곳이 아니라고 평했다. 당파 싸움의 희생양이었기에 사색당파의 본거지인 서울을 곱게 보지 않았던 것. 지금은 어떨까. 저자는 오늘의 서울인 강남을 한강의 기적이라는 축복과 천민자본주의의 저주가 공존하는 곳이라고 규정했다. 빈부 격차의 압축판이라는 의미다. 이중환이 정치적인 관점에서 서울을 비판적으로 봤다면 저자는 경제적인 시각에서 사람이 살 만한 곳이 아니라고 판단한 듯하다.
기자의 시각과 감각이 학술지의 딱딱함을 벗어나게 했다. 지난해 6~12월 서울신문에 연재한 칼럼에 외부 기고 등을 덧붙여 재구성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4-10-04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