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무라카미의 생각 엿보기

‘은둔’ 무라카미의 생각 엿보기

입력 2013-05-15 00:00
수정 2013-05-15 00:1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에세이 시리즈 마지막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출간…성욕 넘치는 고교생 위한 ‘헌욕 센터’ 등 발칙함 보여

무라카미 하루키(64)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만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낙서 몇 장만 끄적거려도 단박에 화제가 되는 베스트 셀러 작가의 고고한 일상과 속내가 독자들은 자못 궁금할 따름이다. 낯가림이 심해 인터뷰조차 안 하기로 유명한 무라카미는 독자와의 소통 창구를 하나 열어 놨다.

바로 에세이다. 그는 “나의 본업은 소설가요, 내가 쓰는 에세이는 ‘맥주 회사가 만드는 우롱차’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하필 우롱차일까. 무라카미는 “‘나는 맥주를 못 마셔서 우롱차밖에 안 마셔’ 하는 사람도 많으니, 이왕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우롱차를 목표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비채 펴냄)는 전 세계 50개국에서 번역된 무라카미의 에세이집 ‘무라카미 라디오’의 마지막 세 번째 책이다. 일본 패션 주간지 ‘앙앙’에 연재됐던 에세이들을 모았다. 썰렁하고 퇴폐적인 무라카미식 농담을 이해하는 독자라면 배꼽을 잡고 웃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쿨하고 때론 감성적인 문장들이 소소한 즐거움을 전해 준다.

그는 에세이에서 자신을 못 생기고 후줄근한 아저씨 정도로 치부한다. 그리고 소탈하게 속내를 까발린다.

이를 테면 헬스장에서 바이크 머신 페달을 밟으며 에너지를 그냥 흘려보낼 게 아니라 차곡차곡 모아 사거리 신호등 전력에라도 보태자는 발칙한 상상이다. 길모퉁이에 바이크 머신을 놓고 자원봉사자가 페달을 밟아 발전하면 에너지 포인트를 제공하는 식으로 원자력 발전을 대체하자는 주장도 펼친다.

성욕이 넘치는 고교생에게 ‘헌욕(獻慾) 수첩’을 만들어 ‘헌욕 센터’에서 전력화하자는 말도 안 되는 상상도 꺼내 놓는다. 자학 개그를 연상시키는 터무니없는 수다 속에선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헨리 밀러, 알베르 카뮈 같은 대문호들을 만날 수도 있다.

‘진정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 네 가지를 이루어야 한다’는 헤밍웨이의 말과 함께 자신이 책을 쓰는 것 외에 나무를 심거나 투우를 하고, 아들을 낳는 것은 할 수 없을 것이란 자책을 늘어놓는다. 이어 도호쿠 지방의 목장에서 만난 황소 이야기를 소개한다.

무라카미의 에세이는 “새삼스럽지만 세상은 정말 다양하다”는 작가의 말을 각인시킨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3-05-15 2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