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판화가 케테 콜비츠 작품전
“우리가 전쟁에 내보내려고 아이를 낳은 것은 아니다!”전쟁으로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을 이처럼 간단명료하게 표현한 이는 독일을 대표하는 판화 예술가 케테 콜비츠(1867~1945)였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18세에 불과했던 둘째아들을 잃은 슬픔과 고통을 극복하고 예술가로서 전쟁의 광기와 참혹함을 알리는 데 온 힘을 기울였던 콜비츠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회가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사진갤러리 1, 2에서 열리고 있다.

평화박물관건립위 제공
케테 콜비츠의 전쟁 연작 중 여섯 번째 작품 ‘어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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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테 콜비츠의 브론즈 조각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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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민중예술의 어머니’로 불리는 콜비츠는 전쟁의 비참함 외에 가난, 질병, 실직, 매춘 등 인간의 삶과 고통을 직시하며 이를 검은색, 회색, 흰색의 선 굵은 판화로 강렬하게 표현했다. 작가 루쉰이 1930년대 중국에 소개하면서 처음으로 아시아에 소개된 후 20세기 아시아 민중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립미술관과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전시에는 일본 오키나와 사키마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판화 55점과 조각 1점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선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을 기점으로 전쟁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그의 작품이 소개된다. 콜비츠는 전쟁 이전에는 빈민, 노동자 계층의 억압받는 삶을 표현한 반면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전쟁의 참상으로 가난, 죽음, 어머니의 사랑 등을 주로 다뤘다.
콜비츠의 명성을 세계적으로 알린 주요 판화 작품인 ‘직조공 봉기’ ‘농민전쟁 연작’ ‘전쟁 연작’ ‘죽음 연작’, 그리고 브론즈 입체 작품인 ‘피에타’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전쟁 연작은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슬픔을 표현한 작품으로 이 중 ‘어머니들’(1922~23년 작)은 작가 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어머니가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브론즈 조각 ‘피에타’는 종교적인 피에타와 달리 인간의 고통을 넘어서 죽음에 대한 애도와 평화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그의 후기 작품 세계를 대변한다. 또 다른 연작 ‘농민전쟁’은 ‘밭 가는 사람’으로 시작해 ‘능욕’ ‘날을 세우고’ ‘무기를 들고’ ‘폭발’ ‘전투’로 이어지다 ‘잡힌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마무리된다. 새로운 인간 공동체를 꿈꾸며 평생을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했던 작가의 적극적인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북서울미술관은 이번 전시와 연계해 ‘콜비츠의 고향을 가다’ ‘콜비츠의 삶과 예술’ ‘콜비츠 그림 읽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전시는 4월 19일까지. (02)2124-8800.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5-02-2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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