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들었다 놨다…우디 앨런식 유머와 인생관

칸 들었다 놨다…우디 앨런식 유머와 인생관

입력 2015-05-16 10:12
수정 2015-05-1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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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양면성을 향해 팔순의 노장이 휘두르는 유머의 칼날은 살아 있었다.

우디 앨런(79)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 들고 온 영화 ‘이래셔널 맨(Irrational Man)’은 제목 그대로 철학과 교수인 주인공 에이브의 비이성적 선택과 행동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영화에서 우디 앨런 앨런 특유의 속사포 같은 대사와 지식인의 위선을 비틀어 꼬집는 어두운 유머는 생생하게 살아 있다. 나아가 영화는 인간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선 도덕적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5일(현지시간) 영화가 상영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는 물론이고, 앨런 감독이 상영 후 참석한 기자회견장에서도 삶을 통찰하는 예리하고 유머 넘치는 답변에 시종 웃음소리와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앨런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사람이란 이성적인 행동도, 비이성적인 선택도 하지 않나”라며 “인생이란 무엇인가, 현실이란 왜이런가, 해변에 앉아서 고민한다고 답이란 게 딱히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삶이란 그냥 이런저런 일들이 우리 위로 흘러가는 것”이라며 “그래서 살아가는 데에는 조금씩 속이고 주의를 분산하는 일이 필요하며 그게 바로 이런 영화를 만드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에서 에이브(호아킨 피닉스)는 학문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철학과 교수지만, 술을 넣은 통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허무주의자다. 그의 수업을 듣는 질(에마 스톤)은 에이브를 따르며 그를 어둠 밖으로 끄집어내려 노력한다.

둘은 어느 날 식당에서 아이 양육권을 빼앗기게 된 한 여자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고 에이브는 ‘비이성적인’ 결정을 하면서 잃어버렸던 삶의 활기를 되찾는다.

그는 “세상 일이라는 게 어디에선가 도덕적 위기는 불륜이든 살인이든 어디에선가 늘 일어나고 있다”며 “소설, 연극, 영화 등 극적인 갈등을 다루는 작품에서 도덕적 위기를 다루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셰익스피어도 그러지 않았나”고 설명했다.

1966년 데뷔 이후 반세기 동안 영화를 만들어온 앨런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필요한 것은 처음 2∼3편만 만들어도 배워야 할 건 거의 다 배운다”라며 “자신의 재능과 본능으로 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영화에 대한 여전한 열정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보면서 다시 찍고 싶은 작품이나 장면을 발견하는지 물음에 “전부 다”라며 “다시 보면 항상 잘못한 점, 개선할 점이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고 또 보고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앨런 감독은 최근 아마존과 TV 미니시리즈 연출 계약을 한 데 대해서는 “재난에 가까운 실수였다”며 “영화를 하니까 좀 길게 만들면 된다고, 쉬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어렵고 분투하고 있다. 아마존이 실망 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칸 영화제가 “세계 영화계에 영향력을 발휘했으면서도 황금종려상을 타지 못한” 감독에게 수여하는 명예 황금종려상을 2002년 받았으며 이후에도 신작으로 수차례 칸 영화제에 초청됐다. 올해 공식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번 영화는 그가 칸에서 선보인 11번째 영화다.

기자회견장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기자들이 열성팬이 된 듯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질문을 쏟아냈으며 회견이 끝나자 박수갈채를 보낸 후 몰려가 사인을 받아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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