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스민 먹빛 기와

겹겹이 스민 먹빛 기와

입력 2011-12-10 00:00
수정 2011-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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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觀心) 수묵화 작가 강미선 개인전

“중국, 일본에도 기와가 있지만 한국의 기와는 달라요. 먹빛에 가장 가깝다고 해야 하나. 한국 기와는 수묵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깊은 빛깔을 내거든요. 그런 느낌 때문에 기와를 한번 꼭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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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작가의 ‘관심’ 연작
강미선 작가의 ‘관심’ 연작


14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내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관심’(觀心)전을 여는 강미선(50) 작가는 기와 작품을 들고 나왔다. 지붕과 담 위에 얹어진, 겹쳐지고 이어지는 기와의 이미지가 두툼하니 정겹다. 자욱한 안개에 잠긴 양반마을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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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작가
강미선 작가
“기와를 너무 길게 그리다 보니 가끔 작품 보신 분들이 물어보세요. 가보고 싶으니 저 곳 좀 소개해 달라고. 사실 기와가 너무 좋아서 제가 마음대로 길게 늘려서 그린 거예요. 하하하. 경복궁이나 경주 양동마을 같은 곳에 가서 기와를 볼 때마다 먹빛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거든요.”

이런 작업은 재료와도 연관이 있다. 동양화가들이 흔히 쓰는 장지를 쓰되 작가는 이를 여러 번 겹쳐서 쓴다. “한지가 닥나무로 만든 거잖아요. 식물성 섬유 소재이다 보니 옛날에는 인두를 쓰거나 하는 방식으로 종이를 붙였거든요. 그런데 그 방법을 쓸 수 없으니 저는 다리미를 써요. 뒷면을 꾹꾹 다려서 눌러붙이는 방식이죠.”

방망이로 두들겨 단단하게 다진 뒤 물 뿌리고 다리미로 붙인다. 그래서 종이가 종이 같지 않게 빳빳하게 힘 있어 보이는 데다 우둘투둘한 질감이 고스란히 살아난다. 애써 이런 밑작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서다. “붓질을 해 보면 종이 한 장에서 먹이 우러나오는 것과 두세 장이 붙은 바탕 위에서 우러나오는 맛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아크릴이나 유화처럼 서양화 재료들이 캔버스 위에 붙어 있는 것이라면, 수묵의 맛은 종이에 깊이 있게 한번 쓱 배어 들었다가 다시 올라오는 거거든요. 종이를 덧붙여 쓰게 되면 그 깊이감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는 거지요.”

접착제 같은 것으로 간단하게 붙일 수 있는데도 이런 방법은 피한다. 이 또한 먹이 우러나오는 맛을 접착제가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이렇게 종이에 공들이는 것이 꼭 깊이 때문만은 아니다. “현대미술에 들어서면서 종이는 너무 힘없고 약한 매체로 전락해 버렸어요. 그러다 보니 자꾸만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그럼에도 동양화 작가들은 자꾸만 그 안에 담긴 뜻을 보라고 말하고…. 조금 더 견고하고 지속가능한 매체에 대한 고민도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번에 종이와 함께 선보이는 소재가 도자기다. 생활에서 흔히 쓰는 도자기 쟁반 뒷면에 그림을 그려넣은 것.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림을 그려넣은 뒤 함께 구워 내는 방식이다.

전시 제목에 대해 물었다. 농담 삼아 궁예 얘기를 꺼내자 파르르 웃는다. 마음을 들여다볼(觀心) 줄 안다던 김영철(드라마 ‘태조왕건’에서 궁예 역을 맡았던 배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애꾸눈이 자꾸 떠올라서다.

“아무리 치장해도 작가는 자기가 보는 시야를 벗어날 수 없다는 뜻에서 고른 단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닌 게 아니라 기와를 제외하고는 가정집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래서 정물화에 흔히 등장하는 과일과 그릇 같은 것이 주된 소재다. (02)726-4428.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1-12-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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