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신춘문예 원고 들여다 봤더니

서울신문 신춘문예 원고 들여다 봤더니

입력 2010-12-18 00:00
수정 2010-12-18 00:4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남은 달력은 고작 한 장이다. 그마저도 며칠 남지 않았다. 문학청년의 가슴에 품어진 한 가닥 희망도 달력과 함께 오롯이 남아 있다. 찬바람 몰아치는 겨울 즈음이면 늘 열병을 앓게 만들었던 신춘문예. 그러나 당선자는 한 명 뿐이다. 그를 제외한 모든 문청들은 2011년 새해 벽두 1월 1일자 신문을 보며 수없이 쓰고 고쳤던 컴퓨터 속 당선 소감문의 ‘딜리트(삭제)’ 키를 눌러야 한다.

이미지 확대
지난 16일 서울신문 회의실에서 각 부문 심사위원들이 2011 서울신문 신춘문예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위부터 시 부문 안도현(왼쪽)·백무산 시인, 소설 부문 방민호(왼쪽) 문학평론가, 은희경 소설가, 동화 부문 이상권(왼쪽)·원유순 동화작가.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지난 16일 서울신문 회의실에서 각 부문 심사위원들이 2011 서울신문 신춘문예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위부터 시 부문 안도현(왼쪽)·백무산 시인, 소설 부문 방민호(왼쪽) 문학평론가, 은희경 소설가, 동화 부문 이상권(왼쪽)·원유순 동화작가.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하지만 그저 외딴 방으로 들어가 침잠할 수만은 없다. 문학의 길을 선택하며 맞닥뜨려야했던 셀 수 없이 많은 고뇌와 불면의 밤, 그리고 문득 마주했던 감동과 희열의 새벽은, 문학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임을 늘 일깨워준다.

2011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예년과 다름없는 뜨거운 성원 속에서 진행됐다. 단편소설 470편, 시 3216편, 시조 411편, 동화 233편, 희곡 138편, 문학평론 15편 등 4484편의 원고가 들어왔다. 지난해에 비해 소설, 시조의 응모 편수는 약간 줄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13일 시와 소설 예심을 진행했다.

최근 수 년 동안 김경주(시), 하성란, 한강, 편혜영, 백가흠(이상 소설) 등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 작가들의 활발한 활동을 상기시키기나 하듯 평균 수준 이상의 작품들이 많았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신춘문예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현실 사회에 대한 폭넓고 다양한 접근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환상문학류, 미래파류 작품들이 많았다면 올해는 시, 소설을 가리지 않고 가난, 노동, 실업, 죽음, 장애, 가정의 붕괴 등 소외되거나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주변부 삶을 다루는 소재가 많아졌다.

소설 예심을 맡은 소설가 전성태는 “균질감이라는 측면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전체적 수준이 떨어진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당선권에 근접한 작품들은 오히려 많아졌다.”면서 “외환위기로 사회적 불안을 온몸으로 겪은 세대, 촛불 세대 등이 자신들의 체험을 문학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함께 예심을 한 소설가 정지아는 “비교적 깨어있는 정치의식을 갖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문학의 중심부로 들어올 경우 21세기적인 새로운 리얼리즘 시대로 복귀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밖에 올해가 한국전쟁 60주년이고, 천안함 사건 등이 있었던 상황을 반영하듯 전쟁, 군대 소재 이야기들도 눈에 띄었다.

시 부문 역시 돋보이는 원고들의 소재와 주제 또한 죽음, 노동 등 현실을 반영하는 것들이 많았다.

예심 위원인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전직 대통령 죽음 등의 여파가 시로 밀려온 것”이라면서 “노동하는 삶 등 소외된 주변부 삶이 핍진하게 그려진 작품 경향성들이 두드러진 것 역시 현실 반영의 흐름이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인 손택수 역시 “신춘문예 심사를 하다보면 현재 문단의 흐름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 “퍽퍽한 현실이 리얼리즘에 대한 갈망을 더욱 부추기는 것 아닌가하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문학평론 부문을 심사한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와 김종회 경희대 국문과 교수는 “문학이 영상문화 등과 결합하고 있는 현실처럼 평론 역시 문학 자체의 본질적 담론과 마주하기보다는 문화 전체적인 현상으로 외연을 넓히려는 경향이 보였다.”면서 “현재 공부하고 연구하는 입장이라면 문학의 본질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조와 희곡, 동화 부문 심사는 진행 중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0-12-18 1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