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잃었지만 글은 계속 쓴다”

“글은 잃었지만 글은 계속 쓴다”

입력 2010-04-14 00:00
수정 2010-04-14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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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서증 작가 임성순 첫 장편소설 ‘컨설턴트’ 출간

‘실서증(失書症)’-의식이나 운동 능력의 장애는 없지만 올바른 문장을 쓸 수 없는 증상이다.

주어와 술어가 뒤엉켜 뒤죽박죽 문장을 쓸 수밖에 없는 실서증은, 최소한 소설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문장과 문장을 통해 서사(敍事)를 담고, 문제의식의 공감 폭을 넓히는 것이 소설가이기 때문이다.

13일 자신의 첫 장편소설 ‘컨설턴트’(은행나무 펴냄)로 제6회 세계문학상을 받은 임성순씨는 2년 전부터 실서증을 앓고 있다.

작가의 꿈을 함께 꾸며 습작도 같이 하던, 친구처럼 가깝던 어머니의 죽음이 준 충격 탓이었다.

그래서 그의 소설 쓰기는 차라리 전쟁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전날 쓴 해괴한 문장을 바꾸는 것으로 글쓰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하루 쓴 분량을 마감할 때면 다시 문장을 고치고 다듬어야 했다.

임씨는 “아침에 다듬고, 저녁에 고치고 하는 일을 매일매일 반복하다보니 글을 수정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문장도 점점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면서 “실서증은 이제 거의 다 나은 것 같다.”고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했다. 글을 잃었지만, 그는 별 문제없이, 소설을 썼다.

게다가 그는 엄청난 다작(多作) 작가다. 불과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3부작 시리즈의 첫 번째로서 이 작품을 출간한 것을 비롯해, 2부 ‘문근영은 위험해’의 초고를 탈고했고, 3부 ‘전락’은 얼개 작업을 마쳤다. 이런 왕성한 활동은 영화 ‘친구’를 만든 곽경택 감독의 ‘챔피언’, ‘나의 형’ 등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던 이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컨설턴트’가 담고 있는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인지하든 못하든 간에 우리는 전지구적 인류 생태계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설은 유쾌하다. 개인을 파편화시키고 사회의 부속품으로 만드는 자본주의에 대한 준엄한 비판이지만, ‘살인 기획 컨설턴트’를 등장시키고 추리소설의 얼개를 빌려 흥미진진하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0-04-1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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