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대화 무산에 시위 재점화 조짐
홍콩 시위대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이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탄핵 위기에 처한 것을 두고 중국 당국이 사태 해결을 위해 렁 장관 버리기 수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콩 AP 연합뉴스
10일 홍콩 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 거리에 렁춘잉 행정장관을 괴물로 묘사한 포스터가 붙어 있다.
홍콩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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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 “정치자금 부당 수수 의혹을 사유로 렁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시위대의 요구를 간접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그의 사퇴를 이끌 절묘한 카드”라고 주장했다. 시위대가 홍콩의 진정한 직선제 실시와 렁 장관의 사퇴를 양대 조건으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중국에 충성한 렁 장관이 뇌물 의혹으로 사임한다면 중국 당국과 시위대가 절충점을 찾을 공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호주 페어팩스 미디어 그룹은 지난 8일 렁 장관이 행정장관 선거 출마 선언 닷새 뒤인 2011년 12월 호주 엔지니어링 회사인 UGL로부터 자문을 해 주기로 하고 400만 파운드(약 70억원)를 받았으나 이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렁 장관 측은 취임 전 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기사가 보도된 뒤 호주 내 일부 의원은 뇌물 수수 의혹을 제기하며 당국에 사건 수사를 요청했다. 홍콩 야당 의원들도 감사원 격인 염정공서에 렁 장관을 고발했으며, 이에 림스키 위안 율정사 사장(법무장관격)은 편파 수사 의혹을 피하고자 케이스 영 검찰총장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한편 홍콩 정부가 전날 시위대와의 대화를 일방적으로 취소하자 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로 학생 시위대가 속속 집결하면서 한동안 잦아들던 홍콩 시위 열기가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애드미럴티 대로에는 이날 오후 7시를 기해 시위 인파가 전날 300여명에서 다시 수만명 수준으로 불어났다고 명보가 전했다. 대학생 연합단체인 홍콩학생전상연회 측은 “12일까지 정부가 시위대와의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시위 점거 지역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4-10-1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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