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쓸순 없어’…사우디 체스대회에 여성 챔피언 참가 거부

‘히잡 쓸순 없어’…사우디 체스대회에 여성 챔피언 참가 거부

김태이 기자
입력 2017-12-27 11:22
수정 2017-12-2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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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선수들은 비자발급 불허로 결국 불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열린 국제 체스대회가 여성 챔피언의 불참, 이스라엘 선수 참가 금지 등으로 ‘반쪽대회’로 전락했다.

이번 대회는 개방적이고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변신하려는 사우디의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오히려 사우디의 폐쇄성을 확인하는 대회가 돼 버렸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국제 체스대회인 ‘살만 국왕배 세계 체스 챔피언십’이 오는 30일까지 사우디에서 열린다.

사우디 정부가 비자 발급을 거부하면서 이스라엘 체스 기사들의 참가는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사우디 정부는 이스라엘과 외교적 유대관계가 없어 비자를 승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세계체스연맹(FIDE)은 “이스라엘 기사 7명의 사우디 입국 비자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BBC 방송은 이스라엘 체스 연맹이 이번 사태로 인한 보상금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사우디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또 다른 국가인 카타르와 이란 선수들은 비자 발급 승인이 떨어져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이스라엘 체스 기사들이 비자발급 거부로 불참하게 됐다면 일부 여성 체스 기사들은 자발적으로 보이콧을 선언했다.

불참을 선언한 이들 중 한 명이 바로 여성 2관왕인 우크라이나의 안나 무지척(27)이다.

그녀는 사우디에서 여성이 외부에 활동할 때 입어야 하는 아바야(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통옷)를 입을 수 없다며 대회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무지척은 “엄청난 상금에도 불구하고 리야드(사우디의 수도)에서 경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여성부 상금은 25만달러(약 2억7천만원)다.

세계체스연맹은 지난 11월 “여성 참가자들이 히잡(머리를 가리는 스카프)이나 아바야를 입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지만 무지척은 “타이틀을 잃는 것은 억울하지만 내가 가진 원칙을 지키겠다. 이번 대회를 건너뛸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챔피언의 불참은 사우디 내 여성 인권 침해에 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일어났다.

내년 6월부터 사우디에서 여성 운전이 허용되지만 국제 인권단체와 사우디 여권 운동가들은 여전히 사우디가 성 평등과 인권 보호를 위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한 체스 기사는 사우디가 국제 체스대회를 유치한 데 대해 “기본적인 인권조차 존중되지 않는 곳에서 체스대회가 열리는 것은 끔찍하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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