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3분의 2 의석 확보”…대통령 소환투표, 개헌 등 가능”이념 아닌 경제실정 심판”…좌파 쇠퇴 파급력 제한적 분석도
6일(현지시간) 치러진 베네수엘라 총선에서 중도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베네수엘라 야권 연대인 민주연합회의(MUD)가 7일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총선에서 전체 167석 중 112석을 석권했다고 밝힘에 따라 마두로 대통령의 향후 운신 폭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마두로 대통령은 그동안 집권 여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덕분에 각종 사회주의 법안 채택에 혜택을 보는가 하면 의회로부터 포고령으로 법령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등 특권을 누려왔지만 이번 총선에서 대패함으로써 동력을 잃게 됐다.
특히 야권이 주장하는 112석은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인 111석을 한 석 웃도는 것이다.
이는 야권이 개헌 추진 등 향후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의석수 3분의 2는 개헌을 포함한 국민투표 발의, 대법관과 장관 파면, 선거관리위원 임명안 등을 통과시킬 수 있는 위치다.
이미 야권 내 강경파들은 경제난 등 실정을 물어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 투표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임기가 2019년까지인 마두로 대통령의 임기 중반인 내년 4월이 지나면 시기적으로 국민소환이 가능해진다.
MUD는 내년 소환 투표 시행을 위해 최근 40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야권은 또 다수 의석을 기반으로 현 정권에 구속된 야권 인사를 석방하기 위한 사면법 제정 등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두로 대통령은 레오폴도 로페스 민중의지당 대표 등 유력 야당 인사 10여 명을 투옥한 상태다.
1998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 전 정권으로부터 계승돼온 이른바 사회주의에 기반한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을 뜻하는 ‘차비스모’의 기반도 흔들릴 것으로 관측된다.
베네수엘라의 전직 대통령인 차베스가 추구했던 이념인 차비스모에는 사회주의 요소와 포퓰리즘, 좌파민족주의, 페미니즘, 녹색 정치 등 다양한 좌파적 이념이 담겨 있다.
야권이 주장한 대로 112석을 얻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각종 예산이나 법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연구단체인 워싱턴 라틴 아메리카 연구소(WOLA)의 데이비드 스밀드 선임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이번 총선에 따른 결과는 베네수엘라 정부나 야권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으로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락에 따른 경기 불황으로 다른 남미 국가에서 형성된 우파 바람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남미 12개국 중 10개국에서는 좌파정권이 집권하고 있다.
지난달 아르헨티나에서 중도 우파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가 집권 좌파를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돼 12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브라질에서는 집권 좌파 노동당의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10%를 밑도는 지지율 속에 탄핵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총선 결과가 남미 좌파 몰락의 기폭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총선 결과는 차베스식 포퓰리즘에 대한 거부이지 남미에서의 좌파 사회주의 확산을 의미하는 분홍 물결(pink tide)에 대한 거부가 아니다”라고 진단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베네수엘라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참패한 배경에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등 경제 침체와 미숙한 대처 능력에 대한 실망감이 깔려 있어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가디언의 분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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