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위기…”만성질환 심각” vs “1997년 위기 재현없다”

신흥국 통화위기…”만성질환 심각” vs “1997년 위기 재현없다”

입력 2015-09-17 10:59
수정 2015-09-1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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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자산 ‘바닥’ 평가 놓고도 상반된 견해

통화 가치 급락에 따른 아시아 신흥국의 위기를 놓고 ‘1997년 외환위기’보다 심각하다는 분석과 18년 전 위기의 재현을 없을 것이라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이 때문에 신흥국 자산 가치가 바닥에 근접했는지를 둘러싼 시장 견해도 완연히 엇갈리는 모습이다.

바닥에 접근했다고 판단하는 전문가들은 신흥국 통화 등 자산 가치 하락이 워낙 오래 이어져 시장에 반등 심리가 형성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신흥시장이 1997년 외환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며 신흥시장 자산이 싸다는 일각의 평가가 ‘신기루’에 현혹된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다만 신흥국 사이에서도 차별화가 이뤄져 한국, 중국 및 필리핀 등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가에 꼽혔다. 브라질과 러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는 위기에 취약한 국가로 분류됐다.

◇ 신흥국 위기 “만성질환 상태, 1997년 위기보다 더 심각”

맥쿼리는 블룸버그가 16일(현지시간) 전한 보고서에서 1997년 아시아에 휘몰아친 외환위기가 ‘심장마비’였다면 지금의 위기는 ‘만성 심혈관 질환’에 비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97년에 투기 세력 공격에 태국 바트화 가치는 폭락했고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로 위기는 전염됐다. 홍콩도 주가 폭락으로 크게 흔들렸다.

맥쿼리는 현재 아시아 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와 비슷한 점이 많지만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18년 전에는 글로벌 유동성과 차입, 무역 증가로 ‘심장마비’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치료제’가 없다는 게 맥쿼리의 주장이다.

보고서는 현재 신흥국의 위기 추세가 5∼10년 이어질지 모른다고 관측했다.

신흥시장 주식이 싸다는 평가에 대해 “신기루일 뿐”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투자회사 뢰톨드 그룹의 더그 램지 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에 “신흥국 주식이 올해 들어 전반적으로 14% 하락했지만 싸다고 생각하면 오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 주식이 싸게 느껴지는 것이 “신기루에 불과하다”면서 주가 수익률을 예로 들었다.

MSCI 신흥시장지수 기업의 5년 평균 주가 수익률은 지난달 말 10.1에 그쳐 금융 위기 때인 2008년의 8.7에 접근했다.

램지는 금융 위기 직전의 마지막 상승기였던 2007년에는 이 수치가 30을 초과했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그간의 증시 추이를 근거로 지속적인 (신흥시장) 약세장 조짐을 읽어야만 한다”면서 “완연한 하락장이 이어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 신흥국 대비 철저, “1997년 위기와는 다르다”

신흥국 통화 급락을 1997년과 같은 위기로 볼 수 없다는 경제 전문가들도 많다.

신흥국들이 외환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외화보유액을 축적하고 외채 비중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했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1998년 이후 매년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외화보유액은 18년 전보다 각각 5배, 6배 많다.

노무라증권의 토모 키노시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초여건 면에서 1997년과는 다르다”며 “신흥국 당국은 통화 위기를 피할 엄격하고 신중한 수단을 발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눕 싱 전(前)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이사는 “아시아 국가들은 많은 완충장치를 갖고 있어 위기가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경제의 강한 회복이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경제에 좋은 소식이라고 강조했다.

신흥국 자산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베른드 베르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일부 신흥국 통화 가치가 더 떨어질 전망이기는 하지만 내년 초에 “투자의 호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많은 신흥국 통화가 저평가돼 있고 2011년 1분기 이후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베르그가 내세운 이유다.

그는 따라서 “연말까지 (신흥국 통화 가치가 전반적으로) 10∼15% 더 떨어지면 그간의 평균치로 볼 때 (투자할 만큼) 싸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도 최근 일부 신흥국 통화 가치가 지난해 초 이후 최장기 반등했다면 올해 ‘혐오’ 대상이던 (신흥국의) 일부 자산이 마침내 강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구리 등 일부 원자재 쪽도 같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신흥시장이라고 다 같지는 않다…한국은 안전

맥쿼리 보고서는 신흥시장도 나라별로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맥쿼리는 국내총생산(GDP), 외채, 경상수지 등을 고려했을 때 터키, 남아공, 말레이시아를 위험한 국가로 분류했다.

브라질과 러시아는 차트상으로는 상대적으로 이들 국가보다 위험이 덜한 것으로 보이지만 원자재 약세와 무역 부진이 아직은 심각하지 않은 대외 부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한국과 중국, 필리핀 등은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덜한 국가에 꼽혔다.

국가별로 위기 정도가 다른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 국가도 차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 최대 연기금을 운용하는 ‘CPP 인베스트먼트 보드’(CPPIB) 책임자 마크 와이즈먼은 아시아·태평양 투자를 앞으로 10년간 4배가량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와이즈먼은 “투기 자금이 중국 등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우리에게는 현지의 우량 자산을 (싸게) 살 호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CPPIB가 지난 몇 주 전반적인 아시아 자산 매입을 확대했다면서 한국의 홈플러스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해 주요 지분도 확보했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또 “중국시장이 단기적으로는 흔들리지만 투자 전망은 밝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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