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보다 ‘더 센’ 월마트 총기 판매 정책

미국 정부보다 ‘더 센’ 월마트 총기 판매 정책

입력 2015-07-27 09:21
수정 2015-07-2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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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거래 녹화·구매자 신고서 요구…2008년부터 엄격한 규제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지방자치단체의 허술한 신원 조회가 최근 잇달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 사회에서 총기 판매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높게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17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흑인 교회에서 성경 공부를 하던 흑인 9명을 살해한 총기 참사와 지난 23일 루이지애나 주 라파예트의 한 영화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모두 총을 살 자격이 없던 용의자들이 아무런 제지 없이 총을 구매해 벌인 일이었다.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딜런 루프는 올해 2월 말 아편 의존증 치료제인 ‘서복손’(Suboxone)이라는 약을 처방전 없이 소지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중죄로 기소됐는데도, FBI의 신원 조회 시스템에 허점이 생긴 틈을 타 총을 사 흑인을 겨냥한 증오범죄에 사용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가 느닷없이 일어나 총기를 난사한 존 러셀 하우저 역시 여러 정신병 이력으로 2008년 조지아 주 법원에서 치료 명령을 받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 앨라배마 주에서 권총을 구입해 범행에 썼다.

본인의 의지에 반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람과 사법당국에 중죄로 기소된 이들은 총기를 사거나 소유할 수 없다고 연방법이 규정하고 있지만, 관련 정보가 제대로 FBI의 신원 조회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것이다. AP 통신은 조지아 주 경찰이 당시 이 사실을 FBI에 알렸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고삐 풀린 총기 판매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미국 최대 유통업체이자 최대 총기 판매점인 월마트의 강력한 판매 규제 정책이 주목을 받는다.

총기 폭력 예방 단체이자 매체인 ‘더 트레이스’(The Trace)가 최근 소개한 내용을 보면, 월마트는 2008년부터 10개 항에 달하는 엄격한 자체 총기 판매 정책을 시행해오고 있다.

이 매체는 총기 반대론에 앞장서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에게서 재정 지원을 받는다.

미국 내 약 1천700곳의 매장에서 소총, 엽총 등의 화기를 파는 월마트는 당시 블룸버그 시장이 이끌던 ‘불법총기에 반대하는 시장들의 모임’과 손잡고 자체 총기 판매 강령인 ‘책임 있는 총기 판매점 동반관계’를 도입했다. 알래스카 주를 제외하고 미국 본토 월마트 매장에서는 권총을 살 수 없다.

강령을 보면, 월마트 총기 매장은 총기 거래를 모두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해 6개월간 보관해야 한다. 총기 거래 기록을 컴퓨터에 저장해야 하고, 총기를 사는 구매자에게서 구매 합법 자격을 갖췄다는 신고서도 받는다.

연방 또는 주 정부에서 발급한 유효한 신분증만 구매 증거로 인정하고, 구매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을 늘 매장에 보이도록 게시해야 한다.

총기 판매점 직원의 신분 조회와 법에 따른 판매 교육 역시 의무사항이다. 날마다, 분기마다 재고 물량을 정리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매장에서 총기류를 늘 잠금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FBI의 최종 신원 확인이 나오기 전까지 절대 총을 팔지 않는 것도 월마트의 강조사항이다. 월마트의 FBI 신원 조회 기간인 사흘이 지나면 중소 총기상은 구매자의 신원이 불확실함에도 총을 팔지만, 월마트는 끝까지 FBI의 판단을 기다린다.

총기 사고를 막을 근본적인 법이 없어 중소 총기상의 판매를 완벽하게 막을 수 없는 FBI의 총기 규제보다 월마트의 자율 정책이 더 세다는 평을 듣는 이유다.

총기 판매와 관련한 연방법을 어겨 2006년 기소된 뉴욕의 총기상 27곳 중 월마트와 같은 판매 규제 정책을 도입하기로 합의한 24곳에서 범죄에 사용된 총기류의 거래가 84%나 줄었다던 연구 결과가 2013년에 나오기도 했다.

월마트 측은 자체 총기 판매책에 따른 수익 감소는 없다면서 중소 총기상도 총기 사고를 막을 자율 규정을 도입하기를 기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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