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명 학술지, 노골적 성차별 논문 심사로 물의

미국 저명 학술지, 노골적 성차별 논문 심사로 물의

입력 2015-05-03 11:39
수정 2015-05-0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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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과학 학술지 ‘플로스 원’의 논문 게재 심사위원이 노골적인 성차별 발언을 의견서에 버젓이 적어 과학계와 여성계가 반발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플로스 원은 이에 대해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문제를 일으킨 심사위원을 해촉했으며 투고된 논문을 담당했던 편집자에게는 편집위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앞서 영국 서섹스대에 포스트닥(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중인 진화유전학자 피오나 잉글비와 캔버라 호주국립대에 재직중인 메건 헤드는 올해 초 플로스 원에 논문 원고를 보냈다.

논문의 주제는 박사과정 후 포스트닥이 되는 경로에 남녀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논문 게재 신청에 대한 심사 결과는 ‘게재 거부’로 나왔고, 심사 의견서에는 “함께 연구를 할 남성 생물학자들을 한두명 찾으라”며 “(남성 연구자들로부터) 최소한 내부적인 동료 리뷰를 받아야 할 것이며, 그보다는 이들을 공저자로 세워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이 심사위원은 “경험적 증거로부터 너무 멀어져서 이념적으로 편견을 가진 가정들로 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남성 공저자들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의 익명 심사 관행에 따라, 심사위원의 신원이나 성별은 논문 투고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 심사위원은 또 “평균적으로 남자 박사과정 학생들이 공저자로 논문을 쓰는 경우가 여자 박사과정 학생들보다 1편 정도 더 많다는 것은 별로 놀랄만한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것은 남자 박사과정 학생들이 여자 박사과정 학생들보다 1마일 달리기를 조금 더 빨리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남자의 논문 작성 능력이 여자의 논문 작성 능력보다 뛰어난 것은 당연하므로 이것이 성차별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발언이다.

잉글비는 원래 지난달 27일 트위터로 이 사건을 폭로할 때 문제의 학술지가 플로스 원이라고 적시하지 않고 ‘넓은 독자층을 지닌 중간급 저널’이라고만 밝혔으나, 이 소식이 과학계에 퍼져 나가는 과정에서 저널 이름이 알려지게 됐다.

플로스 원의 편집주간인 데이미언 팻킨슨은 지난 1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고 문제의 원고를 새 편집자에게 배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심사위원의 신원이 논문 투고자들에게 알려지면 심사가 더욱 건설적이고 예의바르게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방향으로 심사 절차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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