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만성절 전야/박홍환 논설위원

[길섶에서] 만성절 전야/박홍환 논설위원

박홍환 기자
입력 2020-10-29 18:04
수정 2020-10-30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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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과 축제를 즐기고 기억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기원과 유래를 따져 의미를 새기는 데 열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이 친 장단에 궁둥이춤 추듯 생각과 줏대 없이 세태를 따르는 부류까지 천차만별이다. 밸런타인데이 등 외국에서 유래한 축제와 기념일일수록 후자가 다수다.

몇 해 전 10월 마지막 날 밤, 한 단체의 초청으로 핼러윈 파티에 참석했다. 행사장 입구에서 주최 측이 참석자들에게 온갖 기괴한 가면과 귀신 복장을 나눠 줬다. 머리에 고무 도끼가 박힌 가면이 손에 쥐어졌다. 가면 상견례와 다채로운 공연, 식사를 마친 뒤 행사가 끝나갈 무렵 커다란 바구니 하나가 돌았다. 뚜껑에 ‘십시일반 이웃돕기’라고 써 있었다.

핼러윈은 기념일 없는 성인들을 기리는 만성절 전야라는 뜻이다. 중세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의 평온을 빌고,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하루를 뜻깊게 보냈다. 여기에 오락적 요소를 가미해 괴물이나 유령, 마녀 등의 복장과 가면을 한 채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탕과 과자를 나누는 풍습이 더해진 것이다. 만성절 전야인 내일 밤 엄청난 인파가 이태원, 강남 등에 몰릴 것이다. 이웃을 배려하는 원래의 핼러윈 의미를 생각한다면 올해는 ‘집콕’이 낫지 않을까.

stinger@seoul.co.kr
2020-10-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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