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줄임말 홍수/이종락 논설위원

[길섶에서] 줄임말 홍수/이종락 논설위원

이종락 기자
입력 2020-10-28 20:20
수정 2020-10-29 10:1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중국은 1956년부터 복잡한 한자의 획을 간단하게 줄인 간화한자(簡化汉字)를 사용했다. 중국에서 쓰는 약자를 흔히 간체자(簡体字)라고도 부른다. 간화한자를 만들면서 원래 한자가 가진 뜻이 글자에 나타나지 않는 문제점도 생겼다. 애(愛)는 간화자가 되면서 심(心)자가 사라져 애(爱)로 쓴다. 마음 없이 사랑하게 된 것이다. 친(親)도 견(見)을 빼고 친(亲)만 남았다. 만나지 않으면서도 친하게 된 것이다. 친한 사이라면 얼굴도 보고 만나야 하는데 만나지 않는데 과연 친해질 수 있을까.

우리말도 소셜미디어가 대중화되면서 줄임말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진다),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존버(끝내 버티면 언젠가 이긴다) 등이다. 줄임말은 세대 간 소통을 막으면서 관계 단절을 일으킬 수 있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최근에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의 은어가 세대와의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느냐는 질문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82%로 나타났다. 줄이지 않아도 되는 말은 일부러 줄여 사용하지 말았으면 한다. 오늘 집에 가면 아내와 딸에게 줄임말 안 쓰기 운동을 제안하려 한다. 언어를 줄여 쓰는 재미에 빠져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질까 걱정돼서다.

jrlee@seoul.co.kr

2020-10-29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