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마스크 ‘너머‘/이지운 논설위원

[길섶에서] 마스크 ‘너머‘/이지운 논설위원

이지운 기자
입력 2020-06-28 20:48
수정 2020-06-29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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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아봤을까. 안녕하시냐는 반가운 인사에, 자신은 누구라고 소개까지 하는 것이 분명 마스크 ‘너머’ 내 얼굴을 알아본 게다. 알듯 말듯, 그의 맨얼굴조차 긴가민가하는 어정쩡한 나의 표정까지 읽은 듯, 옛날 기억을 되살릴만한 일까지 꺼내온다. 다시 피차 간 반가운 인사. 서로 가던 길을 마저 가면서 슬며시 걱정이 시작됐다. 혹 끝까지 알아보지 못한 어색함마저 읽힌 건 아닐까.

로비로 내려와보니 사람이 한가득인데, 저마다 점심을 약속한 이들을 기다리는 중. 마스크 위로 눈만 껌벅이고 있을 뿐인데, 금방금방 서로를 확인하며 문을 나선다. 어쩐다. 시간은 되었는데 알은척하는 이는 없고, 난 도저히 먼저 알아볼 재간이 없다. 전화를 걸어볼까, 조금 더 기다려볼까. 그 짧은 시간, 갈등이 여간 아니다.

마스크 너머 눈 마주치기가 점점 두렵다. 회사나 집 주변이라면 인사를 해야 할 이들이 많다 보니, 열심히 먼저 목례를 해보다가도 금세 위축되는 마음. 정중히 인사해야 할 상대라면 보통 결례가 아니다. 코로나19가 양극화를 부추긴다더니, 이럴 줄은 몰랐다. 누구는 마스크라는 장애 앞에서 좌절을 곱씹고, 누구는 그 너머까지 꿰뚫어 보는 능력까지 개발되고 있는 게 아닌가.

2020-06-2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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