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돋보기] 똥의 생태학/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생태 돋보기] 똥의 생태학/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입력 2017-11-27 23:08
수정 2017-11-2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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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어릴 적 화장실은 재래식, 푸세식이었다. 이름도 ‘변소’ 또는 ‘뒷간’이라 불렀다. 이 뒷간의 기능은 말 그대로 대소변을 보는 곳이었다. 우리네 조상들은 그 변을 정성스레 모았다. 그 대소변은 매우 영양분이 풍부해 거름으로 쓰기 위해 발효시켜 이른 봄 들녘에 뿌리는 일은 한 해 농사의 시작이나 다름없었다. 그 냄새 또한 온 동네에 진동하기도 했는데 다들 그 냄새를 뚫고 잘들 다녔던 기억이 소록소록하다. 어느샌가 우리 주변에 이런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이와 더불어 변소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자리를 깔끔한 수세식 변기가 차지했다. 사실 하수시설과 변기는 기원전부터 발달하기 시작했다. 흐르는 물에 흘려 보내는 형태는 여러 문명에서 발견됐다. 근대적인 수세식 변기의 원리는 16세기에 발명됐지만 기본적으로 중력에 의한 낙하에 의존했다.

이 원리는 산업혁명과 더불어 급격히 개량됐다.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현대식 변기는 그 역사가 생각보다 짧아 지금으로부터 약 80년 전에 개발되었다. 이러한 변기의 개발 덕분에 콜레라·기생충 등과 같은 수많은 위생문제가 해결되어 인류의 건강이 크게 개선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약 75억명의 인구가 매일 생산하는 변의 양은 어림잡아 260만t이나 된다고 한다. 이것의 약 80%는 비타민, 식이섬유, 단백질과 지방 등의 영양물질이다. 또 여기에서 발생하는 가스의 약 50%는 발화성이다. 그런데 이런 귀중한 영양물질과 자원이 그 쓰임새를 잃고 정화시설로 가버린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인간이 쓰는 물의 약 50%는 화장실에서 사용되며, 이중 25%가 수세식 변기로 통해서다. 변기를 한 번 사용하면 6ℓ의 물이 정화시설로 흘러들어 간다. 이처럼 현대식 변기의 사용으로 생태계의 영양물질 순환의 중요한 고리가 끊어져 버리고, 부수적으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수자원을 사용하게 되었다.

또 지구의 다른 곳에서는 약 25억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불결한 환경 속에서 위생과 환경 오염문제를 야기하고 해마다 약 100만명의 어린이가 이와 관련된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환경복지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 인류가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중 하나가 바로 ‘변기의 재탄생 프로젝트’다. 위생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깨끗한 물과 귀중한 자원과 에너지를 환원해 낼 수 있는 데다가 유지비용도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하다. 현대식 변기가 탄생한 지 실로 80년 만에 또 다른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집 안에 뒷간을 두고도 그 뒷간과 대소변을 지혜롭게 관리하고 이용한 우리네 조상에게 또 하나를 배우게 되는 것 같아 가슴 한편이 따뜻해진다.
2017-11-2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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