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조사 대상기관 확대해야”
병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들이 환자를 진료한 것처럼 거짓으로 꾸며 건강보험에서 부당하게 진료비를 타내고 있지만, 현지조사가 미미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부당청구로 건강보험 곳간은 줄줄 새는데, 재정 누수를 막아야 할 건강보험 당국이 관리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요양기관들이 부당청구해 받은 부당이득금 등 부정적 지출된 건강보험 급여비가 연간 4조원대에 이른다는 추정치도 있다.
10일 보건복지부의 2011~2015년 부당청구 의료기관 현지조사 실시현황 및 제재 현황 자료를 보면, 현지조사 의료기관은 2011년 842곳, 2012년 526곳, 2013년 770곳, 2014년 679곳, 2015년 725곳 등 연간 평균 700곳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전체 의료기관 약 6만 곳 중에서 매년 약 1%만을 대상으로 현지조사를 하고 있을 뿐이다.
건강보험 당국이 현지조사로 적발한 부당청구 금액도 2011년 181억원, 2012년 170억원, 2013년 121억원, 2014년 177억원, 2015년 296억원 등에 그쳤다.
이처럼 현지조사와 적발 실적이 저조한 것은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건강보험 당국이 내부자 신고나 대외기관(국민권익위원회, 검찰, 감사원 등)의 조사 의뢰, 민원제보, 자체 진료비 심사 과정의 의심기관 적발 등의 경우에만 현지조사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극적으로 현지조사를 하다 보니, 건강보험 당국이 현지조사로 확인한 부당청구는 빙산의 일각일 뿐, 확인하지 못한 실제 부당청구는 상당한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건강보험 부적정 지출 관리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13년 한해에만 건강보험에서 부정적 지출된 금액이 1조442억원에 달했다.
부적정 지출은 요양기관이나 환자(건강보험 가입자)가 허위·부당청구해 지급된 건강보험 급여지출을 뜻한다. 여기에다 국민인식조사 등을 통해 적발되지 않은 부적정 지출액과 낭비됐을 것으로 추정된 부적정 지출을 모두 포함하면, ‘총 부적정 지출규모’는 2013년 2조2천억~3조8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의료기관의 거짓 부당청구는 건보재정을 축내는 주범 중 하나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건보재정 누수를 방지하고자 부당청구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허위 청구 요양기관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가짜 진료기록에 명의도용까지 온갖 수법을 동원한 부당청구는 끊이지 않는다.
건보공단이 공개한 부당청구 실태를 보면, 부당청구에는 인력 가산 산정기준·개설기준을 위반하거나 무자격자가 진료하고, 입원환자 식대 산정기준을 어기는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이를테면 A의원은 의료인이 아닌 B씨가 의료시설, 장비 등을 갖추고 의료인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29억원을 청구했다.
B의원도 환자가 내원, 입원한 것처럼 진료기록부에 허위로 기재했다. 자격이 없는 이에게 물리치료를 하도록 하고 4천823만원의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
C병원은 주사실에 근무하는 간호사 등을 병동 근무 인력으로 거짓 신고해 1억8천만원을 부당 청구했다.
복지부는 부당청구를 일삼다 적발된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부당이득금을 전액 환수하고, 최고 1년 이내의 업무정지나 과징금 처분을 내린다.
복지부는 나아가 거짓 청구금액이 1천500만원 이상인 곳을 골라 연 2회 외부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노인 의료비 급증 등으로 앞으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건보재정의 누수방지와 효율적 관리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현지조사 대상기관의 비율을 확대하는 등 현지조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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