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돌연변이, 인체 감염력에 영향 미쳤다”

“메르스 돌연변이, 인체 감염력에 영향 미쳤다”

입력 2016-03-22 09:34
수정 2016-03-2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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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충남대병원, 변이 바이러스로 감염력 검증

지난해 한국에서 유행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속(숙주)에서 오래 살아남으려고 스스로의 감염력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돌연변이를 일으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런 연구결과는 지난 1월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바이러스의 일부 변이에 대해 “인체 감염력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한 것과 대조적이어서 주목된다.

조남혁 서울대의대 미생물·면역학교실 교수와 충남대병원 감염내과 김연숙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메르스 유행 당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메르스 환자들의 검체를 이용해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변이된 바이러스의 실제 감염력을 실험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미생물학회가 발행하는 공식학술지(mBio) 3월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메르스 환자 13명에게서 분리한 바이러스 중 12명에게서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당단백질’(spike glycoprotein)에 돌연변이가 생긴 사실을 확인했다. 이중 11개는 ‘I529T 돌연변이’, 1개는 ‘D510G 돌연변이’였다.

이들 돌연변이는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병원에서 이전에 확인했던 것과 같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발표된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결과를 종합해 보면 총 25명의 메르스 환자 중 20명(80%)이 이 두 가지 돌연변이를 갖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I529T 돌연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그룹에는 첫번째 메르스 환자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실제 세포 감염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월 국립보건원이 논문으로 발표한 바이러스 변이 분석결과에 대해 “변이(variation)가 있었지만, 바이러스의 전파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종(variant)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조 교수팀은 이 두 가지 돌연변이가 숙주세포의 감염력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험했다.

이 결과 애초 예상과 달리 두 돌연변이가 감염력을 높이기보다는 숙주세포에 대한 감염력을 낮추는 방식으로 인체에 적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속(숙주)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의 감염력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돌연변이를 일으켰다는 게 연구팀의 추정이다.

조남혁 교수는 “실험 결과,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가 감염력에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처음 가설과는 정반대였다”면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생기는 항체반응을 회피하기 위해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일반적인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들처럼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도 새로운 숙주인 사람에게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병원성이 적은 돌연변이들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런 분석은 현재 전세계 메르스 감염 환자의 치사율이 약 35%에 달하지만, 한국은 그 비율이 20.4%(186명 발생, 38명 사망)로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를 설명하는데도 뒷받침이 된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조 교수는 “메르스 유행 당시 환자들을 비교적 조기에 진단하고, 격리해 신속히 치료한 덕분으로 사망률이 낮아졌을 가능성과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로 감염력이 떨어져 치사율이 낮아졌을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현재 진행 중인 보건복지부 연구과제를 통해 전체적인 역학조사와 환자들의 임상 경과, 분리된 돌연변이 바이러스의 병원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바이러스 변이의 실체에 대해 결론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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