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적합 업종 지정… 소비자·中企·대기업 모두 ‘루저’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진국 연구위원은 16일 내놓은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이 포장두부 시장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두부 시장에서 대기업 매출액을 제한하면 곧바로 중소기업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기업 전략과 시장 메커니즘을 간과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 두부가 중기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들의 시장 전략은 바뀌었다. 그동안 값비싼 국산콩 두부 시장의 파이를 키워 왔던 CJ와 풀무원 등은 수입콩 두부 판매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수입콩 두부가 싸서 중기 적합 지정에 따른 ‘매출액 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의 국산콩 두부 비중은 2011년 72%에서 지난해 64%로 낮아졌다.
반면 정책 효과를 볼 것 같던 중소기업의 두부 판매량은 늘지 않았다. 대기업들이 수입콩 제품 비중을 확대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수입콩 제품의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되레 국내 콩 농가가 ‘가격 하락’이라는 불똥을 맞았다.
승승장구하던 두부 시장의 성장세도 꺾였다. 2012년 4000억원에 육박하던 포장두부 시장은 2013년 3600억원 안팎으로 주저앉았다. 기업 수익도 나빠졌다. 지난해 대기업 수익은 월평균 40억 7000만원으로 2011년(50억 5700만원)보다 19.5% 줄었다. 중소기업의 경우 지난해 월평균 수익이 5억 7600만원으로 2011년(7억 300만원) 대비 18.1% 감소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던 국산콩 두부가 줄면서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혜택(후생)도 뒷걸음질쳤다. 중기 적합 업종 도입 이후 소비자들은 월평균 24억원(연간 287억원)의 후생 손실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대·중소기업 제품이 차별화돼 대체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적합 업종에 포함시키지 않아야 하고,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중소기업 수익이 감소한 업종도 재지정에서 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이런 문제점이 끊이지 않아 국산콩 두부는 지난 2월 중기 적합 업종 재지정에서 빠졌다”면서 “다만 두부처럼 중소기업들이 힘겹게 만든 시장에 대기업들이 뒤늦게 뛰어들어 시장을 잠식하는 일이 계속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5-11-1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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