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구조조정 中企’ 선정 안팎
중소기업에 대한 ‘살생부’ 작업도 끝났다. 지난 7월 대기업에 대한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35곳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추려낸 데 이어 중소기업 구조조정 대상으로 175곳이 선정됐다. 다음달 대기업에 대한 수시 신용위험평가가 끝나면 대기업에서도 부실 징후 기업이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감독 당국이 올해 안에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할 방침이라 대상 기업과 채권단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이 구조조정에 강도와 속도를 더하는 이유는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우리 경제의 불안 요소를 줄이기 위해서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경제 전반에 불안이 높아진 상태다. 1100조원대로 불어난 가계부채에 기업부채 뇌관까지 터지면 자칫 금융 시스템까지도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내 조선업 대형 3사가 올 상반기에만 4조원대 영업 손실을 내는 등 일부 업종의 부실이 가시화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분야의 105개사(29개사 증가)와 비제조업 분야 70개사(21개사 증가)가 부실 징후 기업으로 분류돼 제조업·비제조업 모두 크게 늘어났다. 제조업에서는 전자부품(19개사)과 기계·장비(14개사), 자동차(12개사), 식료품(10개사) 등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비제조업에서는 해운업 부진과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운수업체가 4개에서 9개로 2배 이상 늘었다. 금감원은 전자부품, 기계·장비, 자동차, 부동산, 운수업 등 12개 분야를 취약 업종으로 봤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크게 늘면서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의 부담도 커졌다.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 부실에 대비해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금융권이 175개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빌려준 전체 신용공여액은 9월 말 기준 2조 2204억원이다. 이번 구조조정 추진으로 은행권은 4504억원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올 9월 말 현재 적립된 3020억원보다도 많다.
이달 중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로 출범한 유암코가 첫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다음달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가 끝나면 채권은행은 기업들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한 워크아웃에 돌입할 예정이다. 조성목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은 “향후 현장 점검을 실시해 채권은행이 관련 업무를 잘 처리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5-11-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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