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만 보고 지원… 리스크 크다”

“아이디어만 보고 지원… 리스크 크다”

입력 2014-08-14 00:00
수정 2014-08-14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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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기술신용평가’ 한 달 평가

금융권에 기술신용평가가 도입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창업 초기기업의 기술력과 아이디어만 보고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이 시중은행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반발이 여전히 거세다. 정부가 ‘팔 비틀기식’으로 시중은행에 기술금융 지원을 요구해도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이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평가서를 반영해 대출을 이용한 기업은 555곳으로 33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179건의 TCB대출을 실시한 기업은행은 “TCB대출의 상당수가 기존 거래 기업”이라면서 “담보가 부족해 기술평가를 바탕으로 추가 대출을 해준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들 역시 TCB대출의 절반가량이 기존 중소기업에 이뤄졌다.

TCB대출은 기업의 재무제표에만 의존하지 않고 객관적인 기술력을 평가해 이를 대출에 반영하는 제도다.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 금융’의 일환으로 지난달부터 전 시중은행에 도입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앞서 “기술신용평가 도입으로 올 하반기에만 중소기업에 4조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기술금융 활성화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자금 물꼬를 터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론 시중은행들이 기술력을 가진 새로운 기업을 지원하기보다는 기존에 거래하던 우량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TCB대출이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들이 TCB대출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건당 100만원 수준의 높은 기술신용평가 수수료 영향이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억원짜리 대출을 실행하며 기술평가수수료로 100만원을 부담하면 인건비조차 건지기 힘들다”면서 “실제 대출이 실행되지 않았더라도 기술신용평가수수료는 모두 은행이 부담해 TCB대출을 꺼린다”고 귀띔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불만을 고려해 기술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은행에 대해선 기술평가수수료를 면제해주거나 일부 지원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기술금융지원에 대한 회의론이 깔려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기술금융은 기본적으로 벤처 캐피탈(VC) 등 자본시장이 맡아야 할 투자의 영역”이라며 “벤처투자는 100개의 투자가 실패해도 한두 건만 대박이 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시중은행은 단 한 건의 부실이 발생해도 리스크 관리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보신주의 대출 관행에 대한 비판 때문에 여론과 정책에 밀려 은행이 울며 겨자먹기로 위험도가 높은 대출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의 39%는 정상적인 영업을 통해서는 은행 이자도 감당할 수 없는 경영상태”라면서 “선진국에선 대형 상업은행이 창업 초기 기업이나 벤처기업에 직접 지원을 하지 않는다. 정부가 나서 시중은행에 기술금융 지원을 의무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4-08-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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