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성공해도 현대상선 수익성 회복해야
현대그룹이 구조조정 계획 실행이 늦어지거나 확보 자금 규모가 축소되면 올해 하반기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또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돼 올해를 무사히 넘기더라도 내년에 현대상선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류승협 한국신용평가 기업·그룹평가본부 실장은 10일 ‘현대그룹의 구조조정 성공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현대그룹은 해운산업의 장기불황에 따른 누적 적자로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가 악화해 작년 12월 현대증권과 항만터미널사업 일부 지분 매각 등을 담은 3조3천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류 실장은 3조3천4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 중 지난달 말 기준 3천671억원이 실행됐고 현대증권과 액화천연가스(LNG) 전용선 사업 등 굵직한 매각 건도 비교적 신속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입금 만기와 파생상품 만기 등을 고려한 올해 현대그룹의 현금 소요액은 약 2조9천494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현대그룹이 회사채 신속인수제, 단기차입금과 사모사채 차환, 구조조정 추진 등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현금은 약 3조3천415억원이다. 구조조정만 원활하게 진행되면 올해 필요한 유동성은 조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류 실장은 그러나 구조조정 계획이 지연되거나 금액이 많이 축소되면 올해 하반기 현대그룹의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금융회사와 맺은 파생상품의 만기가 계속 돌아오고 유동성장기차입금, 순금융비용 등 비용이 필요한 만큼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 하반기에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엔 공모 사채 8천억원과 기업어음(CP) 3천억원 등 시장성 차입금 1조1천억원의 만기가 돌아오고 장기차입금과 금융리스 등 만기 상환도 예정돼 있다.
즉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돼 올해를 넘기더라도 현대그룹은 내년에 또 신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따라서 현대상선이 금융비용 정도를 버는 수준으로 영업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류 실장은 “계획된 구조조정 방안은 신속성과 매각가치의 정도 등에 따라 효과가 가변적이며 현대증권 매각과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IPO), 외자 유치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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