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차 대포통장’ 못 막아 피싱 피해 키운다

‘2·3차 대포통장’ 못 막아 피싱 피해 키운다

입력 2013-10-09 00:00
수정 2013-10-09 00:3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지급정지는 1차 통장만 가능…은행은 영장 요구하며 ‘늑장’

지난달 24일 직장인 김모씨에게 전화가 왔다. “검찰청 수사관인데 귀하의 은행계좌가 범죄에 이용당해 보안을 강화해야 하니 내 말대로 따라 하라”고 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이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김씨는 사기범이 말하는 인터넷 주소에 접속해 계좌 비밀번호와 보안카드 번호 등을 몽땅 입력하고 말았다. 20여분 후 김씨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시 경찰청 112콜센터에 신고했지만 통장에 있던 3200만원이 모두 빠져나간 뒤였다.

어처구니없이 당했다는 자괴감과 거액의 금전 손실에 대한 충격은 이후 피해 금액의 경로 추적에 나서면서 분통으로 바뀌어 갔다. 범죄에 쓰인 대포통장이 1차 이체 1개, 2차 이체 3개, 3차 이체 3개 등 모두 7개나 됐지만 예금에 대한 ‘지급 정지’가 적용된 통장은 처음 3200만원이 빠져나간 1차 단계의 통장 1개뿐이었다. 그 이후 연결된 2차, 3차 대포통장 6개에는 어떤 조치도 없었다. 해당 은행이 경찰의 지급정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탓이었다. 담당 경찰 수사관은 8일 “사기범들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하루에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이 최대 600만원이기 때문에 김씨의 돈이 흘러들어간 모든 통장에 대해 빠른 지급정지가 이뤄졌더라면 피해액을 줄일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사례와 같이 금융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에 대한 지급정지가 일선 은행에서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사기 피해 사실을 아는 즉시 경찰 등에 신고하면 범죄에 이용된 계좌(대포통장)에 대해 곧바로 지급정지를 할 수 있다. 범죄 계좌로 넘어간 돈의 현금 인출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는 1차로 활용된 대포통장에만 적용되고 연쇄적으로 계좌 이체가 이뤄지는 2차, 3차 대포통장에는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고 있다. 김태남 서울 강북경찰서 지능범죄팀 수사관은 “2차, 3차 이체에 쓰인 범죄 계좌의 경우 은행이 영장 제시 등을 요구하며 지급정지 요청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3-10-09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