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사외이사 대다수 ‘밀어주기’ 등으로 연임

금융지주 사외이사 대다수 ‘밀어주기’ 등으로 연임

입력 2013-02-23 00:00
수정 2013-02-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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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 경영진ㆍ대주주 견제 실종 우려

다음 달 주요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80% 이상의 임기가 끝나지만 대부분 연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권력의 힘을 빌린 인사들로 물갈이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기존 사외이사들이 ‘밀어주기’ 식으로 자리를 보존하는 사례가 적잖아 경영진과 대주주 견제 기능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우리·신한·하나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었다.

이들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34명 가운데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는 28명이다.

이 가운데 20명 이상은 재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는 이미 이사회를 열어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9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유재근 사외이사를 뺀 8명을 재선임하기로 했다. 고부인 ㈜산세이 대표이사만 유 이사의 뒤를 이어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다.

22일 임시이사회를 연 KB금융지주도 임기가 끝나는 8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7명을 재선임했다. 5년간 사외이사직을 맡아 유임할 수 없는 함상문 이사의 후임으로는 김영과 한국증권금융 고문을 추천했다.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사정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25일 이사회를 열 계획이지만 역시 5년 연한을 다 채운 신희택, 방민준 이사 등 2명만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나금융 역시 8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5명의 임기가 끝나지만 ‘5년 룰’에 걸리는 유병택, 김경섭, 이구택 사외이사만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결국, 재임 연한 5년을 다 채워 물러나야만 하는 사외이사를 제외하면 바뀌는 사례가 거의 없는 셈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치권에 연줄을 댄 새 사외이사들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을 것이라는 금융권의 관측은 빗나갔다.

이런 현상은 금융지주사 회장 등 주요 인사들이 움직이지 않아 사외이사 교체 폭이 작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사외이사들끼리 기존 사외이사가 5년 재임 연한을 다 채울 수 있도록 ‘밀어주기’ 방식으로 추천한 결과라는 비판도 적잖다.

2010년 1월 시행된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은 은행들이 사외이사 총수의 5분의 1 내외에 해당하는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연임 제외)하도록 권고한다.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고 이사회 구성원의 급격한 변화가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려는 장치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사외이사 제도라는 것이 경영진이나 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정작 사외이사들끼리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버리면 이를 견제할 수단은 없는 것이 현 제도의 맹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지금은 교체 폭이 작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 지배구조에 변동이 있으면 사외이사들이 대거 바뀔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새 정권이 출범하면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는 사외이사가 나오고 그 자리를 정치권과 연이 닿는 새로운 인물이 채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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